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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Feb 14. 2019

어바웃 타임을 싫어하세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좋아하는 것이 같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이 같을 때 더 친해지는 법이다. 싫어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 때는 더욱 더 그러하다. 나에게는 그것이 '어바웃 타임' 이라는 영화였다. 이제는 본 때가 너무 오래된 지라 기억이 잘안나지만, 정말 나에겐 똥.덩.어.리. 였다. 그런데 정말 모든 사람들, 심지어 내가 애정하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나의 대학 영화 동아리 친구들마저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왓차에서 줄 수 있는 최저점을 줬다. 0.5점.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예 이 영화를 안봤다고 하는 것이 어떨까? 아니 정말 이 영화를 안봤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왓차 어플에서 0.5 마저도 지울까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이다.


 여기 세명의 여자가 어바웃 타임을 싫어한다. 정말, 나에게 어바웃 타임을 싫어한다고 말한 유일한 세명의 여자였다. 난 그 중 두 분에게 고백했고, 한 분에게는 아직까지도 연정을 품고 있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다. 물론 그 좋아함의 이유가 어바웃타임이 다일리는 없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을 싫어한다는 것은 나에겐 리트머스지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것만 같다. 물론 고백한 두 분에게는 까였고, 한 분에겐 고백을 해보지조차 못했다. 꽤 나쁘지 않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내 고백과 고백함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는 내가 이렇다는 것은... 어바웃 타임을 싫어하는 것은 또 다른 뭔가를 함의하는 바가 있으려나.


 생각해보면 나는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과 보통 만나왔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이 좋아하게 유도해왔고, 그게 성공하던가. 내 꽤 버라이어티한 문화예술적 지식은 여자들에게 꽤 매력적이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에 놓는 나로서는 음악으로 많은 사람과 공통점을 쌓았다. 내 첫 연애는 나와 음악적 취향이 비슷한 나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다. 또한 아직까지 나의 가장 큰 과거의 사랑은 내가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담은 아이팟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비약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바웃타임을 싫어하는 사람은 꽤나 독특하고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이 영화가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찌 보면 불호라는 것이 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많은 것들을 혐오하고 서점은 인류의 보고이자 인류의 해우소라고 생각하는 나에 대해 그녀들은 왜 그렇게 공격적이야? 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녀들은 각자의 취향이 있고 많은 것은 상대적이라 여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어바웃 타임은 똥.덩.어.리다. 그러니까, 결론은 불호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나마 나를 좋아하는 것인가? '꽤나 독특하고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으레 나를 싫어하는 것일까?


 이쯤이면 비약을 넘어 망상의 영역이다. 그리 많지 않은 표본으로 괜한 헛소리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말했듯이 나는 어바웃 타임을 싫어하는 여성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어바웃 타임을 좋아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가 어바웃 타임을 싫어한다는 것을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그런 여자들이었다. 나는 그녀들을 사랑했다. 서점에서 내가 책을 한 권 한 권 집으며 혐오의 말을 하더라도 "왜 그래~ 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바웃 타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내 좁은 경험 안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좁은 경험이 나의 세상이다. 어바웃 타임을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은 어바웃 타임을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나를 안아주고, 더 나아가 세상을 다정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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