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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y 18. 2019

2019. 5. 6.

사랑하는 나의 정지원!


 너에게 메세지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너에게 메세지를 한다. 맘에 있는 무언가를 예쁘고 곱게 상자에 담아서 나는 이 곳에 올리고 너에게 메세지를 한다. 나는 전적으로 너를 의식한다. 어찌 내가 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말과 행동 하나 하나는 너에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기위해 잘짜여진 각본대로 연기된다. 하지만 내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 순간순간들은 영화의 한장면이고 나는 배우이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운명이 지어줬다.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각본을 철저히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며 행복히 연기하고 있다. 


 너는 청중이고 나의 사랑스런 말과 행동들을 하나하나 곱씹는다. 자주 웃으며 가끔 흐느낀다. 기쁨의 웃음이자 기쁨의 울음이다. 너는 배우이고 너의 사랑스러운 말과 행동들은 내 마음에 불을 지핀다. 나는 자주 웃으며 가끔 흐느낀다. 기쁨에 가득차지만, 환희에 가득차지만 가끔은 지독한 고통의 슬픔이 밀려온다. 나는 NG를 내지 않으려 가만히 미소짓고 너와의 합을 맞춘다.


 나는 많이 아파왔다. 너처럼 많이 아파왔다. 잠을 자도 잠을 잘 수 없고 꿈을 꿔도 꿈을 꿀 수 없는 시간들이 내 20대의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살아왔다. 그래서 많이 무섭다. 그래서 더 무섭다. 너를 잃고 싶지 않다. 너와의 사진을 지우고 싶지 않다. 


 고통의 이야기는 그만. 환희를 이야기하자. 우리의 앞길엔 많은 환희가 있다. 우린 을왕리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라섬에서 터지는 폭죽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의 귀를 막아줄 것이다. 콕 막아서, 너의 고통들을 다시는 떠올리지 않게 해줄 것이다. 내 귀도 막아주련? 다시 그 고통들을 복기하기엔 우리 앞길엔 환희가 너무 많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 나는 방금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있었다. 옛날 글이고, 서간체다 보니까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도스트예프스키는 아니지만 너에게 그런 문체로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제부쉬낀도 아니고 마음도 부유하다. 너에게 줄 사랑이 내 가슴에 많다. 내가 말했듯이 나는 너에게 수많은 방법으로 나의 사랑을 전달해주려고 한다. 그것의 한 방법으로 난 이 문체를 택했다. 매우 기술적이고 의도적인 글쓰기 목적이었지만 결국엔 같은 사랑 편지다. 사랑에 충만한 마음으로 나는 편지를 쓴다. 


 나는 '있다', '많다', '쓴다', 하나 하나를 쓰며 가슴이 불편하다. 너에게 다정하게만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글에 내 다정함이, 이런 서간체에도 내 사랑이 묻어있을 것이라는 걸, 그리고 너는 그것을 알아볼 것이라는 걸. 불편함을 이기고 너에게 색다름을 주고 싶다. 내 사랑을 환기시키고 싶다. 우리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올렸다고 너에게 메세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야. 어느날 이곳에 무심코 들어와 내 마음의 사랑을 예쁘고 곱게 담은 상자를 열어보렴. 거기에 내가 있단다. 언제나 내가 있단다.


당신이 이 글을 읽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당신의 영원한 강아지 최민성


추신 이 글을 보면 전화해다오, 나에게 사랑을 말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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