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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16. 2020

가난하지 않은 사랑 노래


 지원이에게 사랑 노래를 불러 주려 한답니다. 내 마음 속 너무나 충만한 사랑을 전달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운문도 랩에도 보컬에도 자신이 없으니 이렇게 짤막한 글을 써봐요. 지원이가 이 글을 읽고 힘을 냈으면 좋겠답니다. 요즘 많은 격무에 시달리는 지원이니까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많은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에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하지 않겠어요? 지원이는 내 글을, 편지를 좋아하니 내가 정말 스윗한, 다정한, 가난하지 않은 사랑 노래를 들려줄게요.


 한 인스타그래머가 연인에게 달달한 글을 써준다고 해서 들어가봤어요.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가난한 문장들이더라구요. 사람들은 그것에 환호를 하고, 자신을 작가라 칭하고 책까지 낸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내가 조금 분했답니다. 그 사람의 사랑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더 크고 많은, 매니매니한 사랑을 갖고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것을 더 이쁘고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지 않겠어요? 사랑하는 지원이에게 가난하지 않은 문장들로 가득 찬 노래를 들려주고 싶답니다. 언젠가는 그것을 책으로 낼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그것을 읽으며 이런 사랑을 받는 사람은, 정지원이란 사람은 너무 행복하겠다. 그렇게 느끼게 만들 것이에요. 지원이에게 내적 충만함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기를 살려 으쓱으쓱 하게 만드는 것도 너무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내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노래를 쓰려는 것은 아니랍니다. 내 모든 마음, 손가락으로 치는 모든 글자들은 지원이를 향한답니다. ㅅ, ㅏ, ㄹ, ㅏ, ㅇ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음과 모음이에요. 사랑, 사랑이에요. 지원이를 사랑해요. 이렇게 사랑을 글자로 칠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지원이가 행복해할 것을 생각하면 더욱 더 행복해요. 바보 같은 지원이. 내 맘도 몰라. 지원이는 내 사랑을 느끼겠지만, 이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라니까! 그렇다면 내가 개안을 시켜줄게요. 내 코끼리 만한 사랑을 받아라~ 그런데 내 사랑은 날개가 달려있는데 어쩌지? 덤보인가봐요! 내 사랑을 만지려면 날아야하는데... 내가 지원이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겠다!


 내 사랑, 민성이 코끼리는 체호프를 좋아해요. 좋아하고 또 좋아한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지원이가 좋아하는 것은 다 좋아해요. 가슴 깊이 좋아해요. 체호프도 꼭 읽어볼게요. 집에 책이 있답니다~ 아 참, 모스크바의 신사부터 읽어야겠지요? 내 사랑아, 혹시 타란티노도 좋아해줄 생각은 없나요? 아무래도 힘들겠죠? 그래도, 내가 타란티노의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봐주세요. 나도 체호프 단편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물어볼꺼야! 난 아무래도 체호프를 좋아할꺼야. 고운 지원이가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좋지요. 아가, 모래의 여자를 읽어봐요.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지원이는 내 인생의 여자니까 아마 모래의 여자도 좋아하지 않을까? 같이 소설들에 대해 지원이와 얘기를 나눌 때 나는 너무 너무 행복하답니다.


 소설에 대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원이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어요. 문학을 공부하는 지원이, 멋진 학자, 교육자가 되길 바래요. 그에 비해 나는 소박한 꿈 하나조차 없네요. 사실 꿈이야 있죠. 지원이 옆에서 평생 평생 행복한 것? 그게 내 꿈이랍니다. 사랑 주고 받고, 토끼 같은 자식들을 낳고 같이 오손도손 살고 싶어요. 하지만 나도 직업적인, 말하자면 생산적인 꿈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꿈을 설정하려고 드는 자세가 조금 별로일 수는 있어도, 지원이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답니다. 나도 멋지게 꿈을 향해 달려가면 지원이도 더 좋아해주지 않을까? 나도 더 어깨가 펴질 것 같아요. 노력할게요. 멋지게 내가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원이에게 알맞는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내 꿈은 아무래도 지원이와 오손도손 사랑하는 것이야. 직업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많이들 말하지요? 멋진, 야망을 가진 남자가 될게요.


 글이 뭔가 다짐으로만 진행되는 것 같아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랑을 노래하려고 했는데! 내 사랑을 어떻게 노래하면 좋을까? 지금 당장 랩을 녹음해 노래를 만들까? 그건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가사는 적을 수 있지! 지금부터 내 노래 잘들어요! 뚭두비둡둡 노래를 시작한다~ 지원이가 옆에서 코러스를 넣어줄래요? 저 괄호 안이 지원이가 불러야할 파트에요! 아~ 쓰따르따르떼~ 


난 가끔씩 그대를 생각할 때마다~ (아니야 아니야 가끔 가끔 아니야)

이미 나는 그대 곁에~ (내 옆에 있어줘요 나를 안아줘요)

내가! 그대에게, 어떤 사랑 보여줄까~ (보내줘 보내줘 사랑을 많이 보내줘)

오늘도 내일도~ 다른 사랑 보여줄거에요~ (보여줘 더더 많이 보여줘요)

그대! 내일은 우리 보는 날이에요~ (우와~ 기다려져요~)

보면 안고 팡팡해줄게요~ (시러시러 팡팡시러)

원투쓰리포!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에 말 다 지우니~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곁에 있어줄래요~

평생~

지원이를 사랑해요~


(작사 : 지원이를 사랑하는 짱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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