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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16. 2020

Vol. 8


 사랑하는 뽀뽀야, 오늘도 지원이에게 편지를 써요.


 어쩌면 심심해서 쓴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사실 저번 인스타에 올린 vol. 7도 이맘때쯤 쓴 글이거든~ 어제도 지금처럼 4시쯤에 잠깐 산책을 나와서 살짝 떨어지는 비를 맞았어요. 그리고 지원이를 생각했지요. 보고싶은 지원이 생각을 했지요. 지원이에게 온 카톡을 잠금화면인 상태로만 읽고, 답장을 미루었지요. 지원이 생각을 하느라 지원이에게 답장을 못했네! 약간 흐린 하늘과 오늘 점심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조금 심란하게 하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저 이 편지가 어서 지원이에게 닿길...


 내가 애를, 아니 우리가 아기를 낳으면 아이도 언젠가 초등학생이 될테지! 일본처럼 중학 수험은 없지만 나는 우리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쳐줄 것이에요. 지원이는 수학 못해서 안돼~ 내가 가르쳐야 해. 오늘 읽었던 칼럼은 정말 중요했어!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르쳐야지. 돌아가는 길이 정도일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지. 정말 너무 일찍 읽어서 내가 우리 애기 수학 가르칠 때에는 기억을 못하고 막 182cm의 눈높이로 가르치면 어떻게하지? 으앙~ 안되는데 말이에요. 중요한 문제야. 정말 중요한 문제지요? 아이에게 수학을 잘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아이가 수학을 잘하냐 못하냐보다 더! 아이에게 좋은 아빠, 도움이 되는 아빠가 되어야지. 그 번역투 말대로, 발목을 잡아선 아니되어요~

 

 다리의 흉터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우리 지원이. 괜찮은 척해도 마음이 아플거에요. 심란하겠지. 우리 지원이 괜찮답니다. 지원이가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요. 지원이의 아름다움에, 지원이의 사랑스러움에 1의 위해도 가하지 않았답니다. 내가 괜찮으면 지원이도 괜찮으니, 흉터 따윈 중요하지 않은가보다! 땅땅. 더 중요한게 많아요. 이를테면 우리를 기다리는 지니, 시타딘의 깔끔함, 우리 아이 수학 가르치기! 


 도라에몽 같은 지원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나에게 준답니다. 조그만 뱃주머니에서 바리바리 꺼내들더니 “이것들이 다 민성이꺼에요! 소중히해줘요.” 사실 난 진구 같았어. 그 소중한 것들을 받구 막 헬스장 가구, 바다 가구, 인스타에 셀카 올리구… 근데 난 이제 더 이상 진구가 아니에요. 지원이가 내게 선물한 것들 다 아끼구 아껴야지. 꽃들, 지원이가 선물한 꽃들. 이미 꽃이 만개하였지만 더 더 아름답고 더욱 더 풍성하게 가꿔야지.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고 온도를 맞춰주고! 클래식을 틀으면 어떨라나?


 아이코 지원이. 나는 이제 가봐야겠어요. 5시가 땡하면 퇴근 문이 열린다~


 뽀뽀야 내 뽀뽀~ 너무 매일 이렇게 뺀질나게 뭔가를 써보내면 하나하나의 의미가 적어지지 않을까요? 아이 참, 바보 같은 생각을 했네. 지원이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죠? 그러니까 지원이도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는 오래오래 행복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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