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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20. 2020

여기는 홍콩

 홍콩에 있습니다. 고대하던 여행까진 아니었고, 누나가 외국인 남자친구만나러 홍콩가는데 낑겨서 같이 왔어요. 워낙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이것저것 명소들을 구경하기보다는 쇼핑에 탐닉하고 있습니다. 아니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안돼! 있었습니다. 왜냐면 오늘은 쇼핑을 안할꺼니까.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국적이고 멋지고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워낙 그런 것들에 무감각한 성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래도 오늘 밤엔 홍콩 야경인지 뭐시기인지를 보고 말 것입니다.


  누나는 서울로 돌아갔고 혼자남은 저는 민성그릴스 홍콩편을 찍을 예정입니다. 낮에는 일단 호텔방에서 쉬면서 글이나 쓰고 싶어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쓰고 싶은데, 아무라도 댓글로 주제좀 던져주면 좋겠어요. 밤에는 술마시러 나갈 예정입니다. 침사추이에는 좋은 바가 많은 모양이에요. 시끄러운 란콰이펑 클럽은 이미 가봤으니 이젠 고급스러운데서 조용히 느긋하게 즐겨야겠어요. 침사추이에 세 곳의 바를 가고싶네요. 다 갈 수 있으려나.

  모두들 다양한 경험을 해야한다고 말하죠. 그런 면에서 여행은 젊은날에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사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만, 귀찮아요. 전 좋은 방 맛있는 음식 그리고 택시 아니면 어디도 가기 싫어요. 그래서 배낭 여행은 꿈도 못꿉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본다는게 딱히 사람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이런 건 있을 수 있겠다. “나 홍콩 가봤다!” 음 야하게 들리지만, 어쨌든. 하나의 스웨깅으로, 명함으로 내밀 수 있겠네요. 다시 돌아와서, 여행에서 무언가를 느낀다는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먹느라 바쁘니까. 즐길 순 있지만 과연 이게 값진 경험일까? 하지만 낮임에도 불구하고 오션뷰의 호텔방에서 앉아서 쓰잘데기없는 글이나 쓰고있는 지금 살짝 무언가를 느끼고 있어요. 뭐라고 말로 설명하긴 힘든. 그런 말 많이 하죠.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낄 때에 주는 묘한 쾌감이 있다고. 어쩌면 지금 그런 비스무리한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인가봐요.

  고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모델들은 한국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것들이에요. 핸들이 오른쪽에 달려있는 자동차도 마찬가지구요. 또한 강이 보이는 서울이랑 바다가 보이는 홍콩은 천지차이군요. 물론 한강도 좋아요. 전 지금 호텔 창문으로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3인칭 관찰자적 시점인가. 세상을 관조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에요. 하지만 또한 쉽지않은 일이기도 하죠. 왜냐면 우린 항상 현실의 굴레에 매여있으니까요. 우린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이자 주인공이니까요. 아! 알았다. 여행의 참면목은 이런 거였군요. 굴레에서 벗어나, 그저 볼(sightsee) 수 있는거. 굳이 명소가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까지도. 깨달았어요. 이 깨달음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근사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엄청난 쇼핑 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여행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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