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나메나 Sep 26. 2020

근황

 매일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내가 하는 행위들이 더욱 구체적이어지기는 하나, 아직은 도약 단계에 머물러있는듯하다. 런닝을 3일 연속으로 하고 무릎을 다쳐서 운동을 관뒀다. 독서실도 틈틈히 가지만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슬럼프를 이겨냈다고 말하기엔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즐겁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확실히, 많이 가셨다. 무슨 차이일까? 상황은 바뀐 게 없다. 나는 오늘 여자친구와 해방촌 나들이를 했다. 어쩌면 공부를 더 해야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아니, 맞다. 하지만 나는 여자친구가 보고 싶고, 만날 것이다. 공부가 하기 싫으면, 안할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나란 놈의 성격상 하기 싫은 것을 하게끔 노력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더 낫다 판단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트레스로부터 도망간다.


 말했듯이, 이 줄행랑이 크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저번 글 "작은 아가씨에게"에서 슬럼프를 이겨냈다고 선언한 후 매우 바뀌었다. 공부도, 운동도, 데이트도, 생활도 더 열정적이다. 물론 보통 기준에선 미달이겠지만, 미달의 삶을 살았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나는 로우 인풋 하이 아웃풋의 황제라서 조금 기대를 한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점점 하기 싫은 것들을 하고 싶게 만들어갈 것이다. 밭을 가는 일이 보람되다는 것을, 천천히 밭을 갈면서, 새싹도 좀 보고, 화창한 햇볕도 만끽하다가, 깨달을 것이다.


 나는 상당히 원초적인 인간이다. 원숭이처럼 쥐어진 놀잇감을 쥐고 몇번 흔들다가, 던져버린다. 나는 에이포용지 한장짜리 흥미를 가진 사람이다. 당장 한권의 책만한 노력을 들이기 보다는, 에이포 용지 한장씩의 흥미를 모아서 무언가를 창조해내고자한다. 다시 하루 하나 글쓰기를 시작할 셈이다. 트레이닝이다. 내 우물 안에서 벗어나게 해줄 동앗줄이다. 기껏해야 천자 정도 되는 에세이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천자들을 꽁꽁 묶어, 줄로 만들어 타고 올라갈 것이다. 그래, 이정도의 글쓰기는 즐겁다. 공부도, 할 양을 조금씩 정해놓자. 하루에 해야할 것들을 하자. 하지만 부담없이, 즐겁게, 느긋히. 


 부담없이, 즐겁게, 생활. 느긋함과 여유로움은 내 최대의 장점이다. 더 살릴 필요가 있다. 이 여유는, 내가 타고난 것이 많다는 점에서 비롯됐지만, 외면에서도 많이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슬럼프 기간 동안 외면을 한 것을 마주했다. 참담했지만... 따지고보자면 내가 그로기인 것도, 코너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외면하며, 여유롭게, 퍼포먼스를 내자. 나 자신을 사랑하자. 난 짱짱맨이지 않는가.

 

작가의 이전글 Lupe Fiasco - Paris, Toky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