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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Nov 26. 2020

기쁘지아니한가

 방금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쓰기를 클릭하니 "임시저장된 글을 불러오시겠습니까?" 라고 나온다. 작가의 서랍이란 보관함에는 이 임시저장된 글 , 다시 말해 쓰다 만 글이 대여섯개나 된다. 왜 그랬을까. 바쁘진 않았다. 내 생에 바쁜 적이 얼마나 있나 싶다. 잠을 많이 잤다. 그녀에게 슬럼프를 이겨냈다고 말했지만 슬럼프는 금방 또 찾아왔다. 극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찬스가 내일 아침에 나에게 찾아올텐데, 놓치면 뭐, 허사다. 또 슬럼프에 빠져들겠지. 하지만, 그래도 글을 써야한다는 이 압박감은 무엇일까. 슬럼프가 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글이라도 쓰자. 그래야겠다. 그런 소감을 얻은 하루였다.


  


 내 글을 읽어봐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 받은 메일이다. 힘이 난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 약간 설명을 드리자면... 나는 생업이 없다. 아직 엄마아빠에게 빌붙어 사는데, 내일 바로 취준 생활 두번째 면접이자 2차 임원 면접을 본다. 내일 패스하면, 나도 직장인이다. 나도 생업을 찾는 것이다. 기쁘지아니한가. 거기에, 저번주 금요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쾌락적이고 감동적인, 내가 열렬히 개발시켜온 오감을 총동원해 나와 여자친구의 오감을 최대한 충족시킨, 그런 여자친구의 생일날이었다. 이틀 후면 내 생일이긴 한데,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물론,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제공하고 표현하고 주는데 기쁨을 느낀다. 그날만한 기쁨은 어디에서도 얻지 못하리라... 각설하고, 나는 권진원의 Happy Birthday를 맞춰 뮤지컬을 여자친구에게 선사했다!  예쁜 시집을 주고, 장미꽃 한송이를 선사한 후 샴페인을 터트렸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기쁘지 아니하고 배길수가 있겠나.


 내일 아침 9시 30분부터 면접이 시작된다. 보고, 생업을 만들어 오겠다. 더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넘쳐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나에게 집중할 때 글이 나온다. 불행해도, 행복해도 나는 쓴다. 하지만, 나를 잃을 때, 나는 글을 쓸 수가 없다. 내일 아침의 거사가 무용으로 돌아가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나를 잃지 않겠다. 꼭 어딘가로 갈 필요는 없다. 표류하는 글을 적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내 뗏목하나는 유난스럽게 보이게, 누워서 일광욕을 쬐던 노를 젓던, 낚시를 하던,,, 너무나 극명히 알 수 있게. 나는 나를 쓸 것이다. 나에게도 랩탑 하나 정도는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나를 소리칠 것이다. 누구도 들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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