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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Nov 26. 2020

선잠

너가 태어난지 31년이 되었고

310명도 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겠지

왜 나는 29년 동안 너를 몰랐는데

너의 생일을

너의 서른한번째 11월 20일을

이토록 기념하는가, 기뻐하는가, 축하하는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것에 약한 나는

너가 태어난 순간조차 본적도 없는 나는

왜이렇게 너와의 11월 20일을

기억하나, 곱씹나, 되돌리고 싶나


이렇게 11월 21일이 되어 나는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어제의 강렬함은 나에게 깊은 잠을 선사했지만

오늘의 낮, 얕은 선잠을 잔다.

왜 너는 내 곁에 있지 않을까


11월 21일은,  D-Day가 364일인 날

11월 28일은, D-Day가 357일인 날

11월 20일은, 너의 생일날

나는 앞으로 364일동안

선잠만 잘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1990년 11월 20일로 돌아가서

막 탯줄을 떼어낸 너에게

안녕 아가

생일 축하해

사랑해

오래오래 행복하자

말하고

나는 29년동안 선잠을 자지 않았나 싶다.


너를 처음 만날 때까지

너와 첫 입맞춤을 할 때까지

의미 없는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나는 선잠을 잤다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것에 약한 나는

너를 잊을리 없다

우린 지나갈 인연이 아닌 것이다

너가 태어난 순간을 본 적이 있다.

29년만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단 29년만

있다가 보자고

그 때까지

버텨달라고

말하고

나는 선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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