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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Dec 03. 2020

But Life Goes on

 살다보면 다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뻔한 헛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늘도 약혼을 몇개월 앞둔 신랑이 약혼 반지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화마에 휩싸여 운명했다는 기사를 봤다. 순탄한, 행복한 시간에는 예측 불가능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다. 취직도 했고, 사랑은 흐르고 생활은 바른, 내 생에 예측 불가능한 것이 최대한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지에 탐닉하던 시절은 지난지 오래다. 별에 별 일들이 다 있었다. 나를 절벽으로 밀어붙인 세상. But 젠장, Life Goes On.


 그러니까 나는 일단 적어도 나는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절벽에도 있어봤지만, 땅이 흔들려봤지만, 나는 나름 Well-Being 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운이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니까,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변수가 터지지 않기를 바란다, 원하지 않은 일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길 바란다.


 근데 역사적으로 항상 무언가가 터졌다. 너무 많은, 정말 원하지 않았던 일들마저 일어난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삶의 지속성에 더욱 힘을 실어줬으면... 회사에서 일상을 보낸지 이틀 째인데 나름 익숙해진 모양새다. 이러한 일상. 일상이 지속되길... 이벤트는, 변수는 마치 신혼여행 같은 거다. 한번이면 족하고, 30년 후 또 한번 기념하면 된다. 나는 여행이 싫다. 나에게 익숙한 서울이 좋다. 퇴근하고 근처에 좋은 이자카야를 발견한 것이 좋다. 나는 쾌락을 무조건적으로 좇는듯하지만, 그렇게 멀어지고 싶어할 수가 없다. 여자친구는 인생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인생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리송하다. 나는 쾌락이 좋다.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력할 것이다. 쾌락을 좇지 않는다. 인생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삶이 흘러갈 것이고,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하긴 아무렴, Life Goes on! 나는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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