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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Dec 14. 2020

글쓰기와 숙취


 숙취로 인해 하루 종일 고생을 했으면서 또 맥주를 까버렸다. 이쯤 되면 알콜 프러블름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여자친구에게도 바뀌겠다 했지만, 아무래도 한캔은 괜찮겠지라고 합리화를 한다. 그래, 아무래도 한캔은 괜찮겠지.


 단편소설을 마무리하니 글을 쓰기가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만족한 한편의 '소설'이다. 구성이 있고 발단전개위기해소가 있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쓴 글이다. 무엇보다, 에이포용지 10장이다. 그렇다보니,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단편 소설 쓰기는 막막하다. 원래 a4용지 1장을 넘는 글이 기준이었는데, 이제는 더욱 긴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있다. 글쓰기가 뭐라고... 나에게 무엇을 해준다고.


 그러게 말이다. 글쓰기가 나에게 무슨 일을 해줄까? 돈을 주나, 살을 찌워주나, 배를 불려주나? 그런데 나는 그 글쓰기의 무용을 논하며 글을 쓴다. 이쯤되면 나에게 글쓰기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 쓰고싶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면 싶다. 소통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글을 읽고 감명 받았으면 싶다. 하나는 인정 욕구일 것이고 하나는 표현 욕구일 것이다. 사실 둘은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나를 표현해 인정을 받으려는... 그리고, 나는 이왕 인정을 하나 받는다면 내 글로 인정 받고 싶다. 


 사실 인정 욕구 보다는, 표현을 하고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나는 나를 외치고 싶다… 그것도 ‘잘’… 글의 무용성을 논하니 나에겐 글이 마치 술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술을 마시며 글을 쓸 때가 잦다. 지금 내게 가져다 주는 것이 없는 글과 술이 나는 항상 땡기는 것이다. 나는 경영경제 자기계발에 관한 글을 쓰지도 않는다. 어줍잖게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당신을 위로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술은 세상을 잊게해줘서 좋다. 취했을 때 세상에 너무 많은 무거운 것들에서 해방되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면, 나는 당신을 잊는다. “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만 최선을 다한다. 나 자신을 무대로 올려놓는다. A4는 내 무대이다. 가수들이 무대가 그렇게 그립다고 하는 것을 알 것 같다. 무대에 올라가는데 압박감 쯤은 당연히 감수해야할 것이다. 더군다나 글쓰기에는 숙취도 없으니, 어찌 안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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