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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an 22. 2024

노치원에서 보내는 엄마의 하루



요즘 노치원이 뜨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시너어들이 대세다. 유치원은 점점 사라지고 노치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뉴스 기사를 들었다. 노치원이라는 말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여 기사를 듣게 된다. 왜냐면 엄마가 노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다.



엄마는 허리 수술을 다섯 차례 받으시면서 좌식생활 자체가 어려워졌다. 거기다 더해진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서 장애등급을 받으셨다. 다행히 요양보호사를 집으로 오게 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요양보호사가 자주 바뀌면서 엄마가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언니가 노인 주간보호 센터에 보내보자는 말에 노치원(주간보호센터)을 알아보았다.


노치원은 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줄임말로 노인대학, 실버대학이라고도 불린다. 노인들을 보호하고 케어하는 곳으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나 치매와 같은 노인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자녀들이 직장에 나가면서 홀로 집에 계실 노인들을 낮 시간 동안 안전하게 케어해주는 곳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듯 아침에 등원했다가 오후에 하원하는 게 좋아 보였다. 아픈 엄마를 아빠 홀로 힘들게 돌본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다행히 몇 시간은 노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온다니 안심이 되었다.


먼저 엄마가 노치원에 갈 때 안 다니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허리가 불편한 엄마는 워커 없이는 홀로 걷는 게 어려운데 가능할까라는 생각에 걱정됐다. 괜히 아빠가 힘들 거라는 생각으로 보냈다가 더 심하게 허리를 다치기라도 할까 이런저런 염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엄마가 다니는 노치원은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엄마가 체험하는 날부터 재미있어하셨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분명했다.



얼마 전에 노치원에서 했던 인지 기능 향상 윷놀이의 사진이다.





윷놀이는 이끄는 레레이션 강사님들이 네 분이셨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 나도 모르게 엄마를 찾게 된다.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윷놀이를 시키신다. 우리 엄마는 언제 하나 뚫어지게 엄마를 찾아봤는지 모른다.



동영상을 보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박수 치고 응원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들어 현장에 내가 있는 느낌이다. 노치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을 사진에 담느라 프로그램 하나에 올라오는 사진은 거의 90장에서 100장이 넘는다. 게다가 신나게 춤추고 즐기는 동영상까지 올라온다.



엉거주춤 걸으시면서도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시는 모습에 강사는 더 힘차게 하라고 흥을 돋운다. 우리 엄마는 허리가 불편에 춤추는 영상은 없지만 박수를 얼마나 신나게 치는지 현장 분위기가 느껴진다.



평생을 내성적으로 집에서 아빠 비유만 맞추며 사셨던 엄마가 노치원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지 느껴진다. 엄마 시대 때에는 유치원도 없고 학문이 짧았기 때문에 놀이라고는 할 수 없는 세대였다.  그나마 노치원에 다니시면서 항상 방글방글 웃으시면서 "고마워, 막내딸"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아마도 노치원에 다니시면서 엄마를 돕는 사회복지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말이 입에 밴 모양이다. 엄마를 보면 짠하다가도 내가 함께 곁에 있어주지 못하니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유튜브나 숏츠를 보느라 시간을 보낸다지만 나는 엄마가 다니는 밴드의 사진과 영상을 보느라 시간을 보낸다.


울컥 울컥 올라 오기고 하고 열심히 워커를 끌고 보행하는 엄마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엄마 옆에서 부축해 드려야 하는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사회 복지사들이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안전하게 엄마를 등원시켜주시고 하원해주시는 기사님과 엄마와 함께 생활하시는 노치원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사회복지사님들이 안전하게 지켜주시기에 자식들은 각자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고 인사드리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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