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Feb 06. 2024

나의 아저씨를 사랑하는 남편

주말마다 남편은 넷플릭스로 <나의 아저씨>를 다시 몰아보기 하고 있다. 딸 때문에 가입한 넷플릭스가 누굴 위한 건지 모를 정도로 주말마다 드라마영화 삼매경에 빠진다.

사실 <나의 아저씨> 드라마가 2018년에 뜨겁게 달구었다는데 나랑 남편이 몰아보기 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나의 아저씨>를 연기했던 이선균배우가 마약혐의를 받을 때도 아무렇지 않더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달리했을 때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 허망해했다. 눈물만 안 흘렸을 뿐이지 나보다 더 허탈한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에서처럼 그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속상해했다. 


어찌 보면 남편의 나이대와 비슷한 역을 맡았던지라 더 공감했고 자신도 모르게 드라마를 보면서 상처를 치유받았는지도 모른다. 삼 형제들의 삶을 보면서 자신이 어린 시절 동네에서 형들이랑 싸우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동네형들이 챙겨줬던 따스한 추억이 있었다며 자신도 그랬다면서 드라마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자신의 상황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봐야 하는 이유가 됐다.


특히 삼 형제가 퇴근 후에 모여서 매일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부러워했다. 전쟁 같은 하루의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낸 삼 형제들이 모여서 축구도 함께 보는 모습이 자신의 외로움을 대변했는지 모른다. 어찌 보면 남편은 형 하나뿐인데 드라마 속의 삼 형제처럼 사이가 좋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지지고 볶고 사는 모습을 안 겪어봤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못하니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그 삼 형제 중에서도 이선균은 매일 양복을 입고 출근하며 자신과 비슷한 위치의 직장인이기에 여러모로 일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 같아 보였나 보다. 인간관계란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계약이 틀어지기도 하기에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기업 과장으로 인정받는 아들임에도 가정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공허함과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면서도 무너져 내리는 참담함을 간신히 어른스럽게 이겨내 보지만 홀로 남겨져 엉엉 우는 모습에 남편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어찌 남편이라고 저렇게 울고 싶을 때가 없을까. 가장이라는 이유로, 강인한 척해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해야 하는 그 심정을 지켜본 나는 아주 조금은 알 거 같다. 나 없이 흘린 눈물도 많겠지만.


극 중 그의 대사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인생도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내력이 쎄면 버티는 거야."


"다들 평생을 뭘 가져 보겠다고 고생 고생을 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진정한 내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거 같다고"



어찌 보면 이선균의 소식은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주제는 무겁고 삼 형제의 복닥거리며 사는 서민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팬층이 많았는데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고 나니 다시 이 드라마가 회귀된다. 


할머니가 유언으로 남긴 행복하게 사는 게 갚는 거라는 말이 자꾸 메아리쳐진다.

남편은 드라마에서 했던 이선균의 대사가 배우 자신의 일이었음에도 버티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었나라고 의문을 품는다. 아니면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그 대사가 자신의 말인지 몰랐던 걸까. 남편은 끝내 안타까워했다. 착해서 그렇다며, 못된 사람이었다면 더 한 일을 해도 뻔뻔하게 살 텐데라며 못된 사람에게 이용당한 것에 분노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면 뇌가 작동을 멈추듯이 그가 그랬나 보다.  두 번째 몰아보기를 하는 남편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의 유일한 낙이 이제는 골프도 아니고,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땡 정시 퇴근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보는 게 낙인 사람에게 스트레스 풀라고 그냥 놔두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 세탁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