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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Feb 08. 2024

베드타임 스토리를 그리워하는 딸에게

"엄마, 왜 이제는 베드타임 스토리 안 해 주세요?"라고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온다.


여기서 베드타임 스토리는 유대인 교육법에서 잠자리 들기 전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읽다가 자는  일이다. 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잠들기 좋게 은은한 빛 스탠드를 켠 상태가 가장 좋다. 아이가 잠들기 전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등 부드러운 스킨십과 눈 맞춤을 통해 정서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부모들이 밤마다 유행처럼 베드타임 스토리를 해주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로 보통가족들처럼 잠자리 행사였다.



<베드타임 스토리의 긍정적인 효과>


1.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에 영향을 준다.
2. 부모의 목소리와 스킨십을 통해 애착 형성에 효과가 있고 아이의 심리상태가 안정된다.
3.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배운다.
4. 언어에만 집중하게 되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5.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6. 잠투정을 줄이고 쉽게 잠자리에 들도록 돕는다.


 




어렵고 귀하게 아이들을 얻는 만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게 많았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당연히 희생을 각오하고 내 이름 석자를 집어던졌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엄마로만 살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 임신이 되면서 육아서를 읽으며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잘 보낼지 궁리했고,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어 아이들과 하나씩 연습했다.


임신하지 마남편은 안중에도 없었기에 무척 서운했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됐다. 짧다면 짧은 몇 년간 그렇게 나의 존재를 잊은 채 엄마로 아내로 살아왔기에 그 시절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육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임신과 동시에 태교를 책으로 해주었기에 아이들은 책도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참 좋아했다. 책 때문인지 몰라도 아이들은 말도 빨리 트였고, 글자도 빨리 익혔다. 오감자극 놀이를 많이 해주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모든 일에 과감하게 도전했고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에 또래 아이들보다 유별났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베드타임 스토리 시간이었다. 저녁마다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 라텍스를 폈다. 한쪽에는 자기보다 큰 곰돌이를 껴안고 누운 아들과 다른 한쪽은 뽀로로와 토끼토끼 인형을 양팔에 품고 누워있는 딸사이에서 밤마다 베드 타임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아이들 틈 사이에 엎드려서 책 읽어주고 옛날이야기 해주던 일이 아이들 머릿속에 추억도 있지만 내게도 아름다운 순간과 추억이었다. 때론 귀찮아져 하루만이라도 지나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안되면 그 자리에 아빠가 대신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딸아이는 베드타임 스토리를 해달라고 조른다. 분리 수면한 지 꽤 되었는데도 밤마다 종종 '재워주세요'. '책 읽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딸이 귀엽기만 하다. 왜냐면 책장에서 뽑아놓은 책들을 보면 아이에겐 그 시절이 그리운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글밥이 짧은 동화책을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 책장에서 꺼내기조차 힘든 구석에 몰아넣은 곳에서 간신히 꺼내 들고 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는 책보다는 추억을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초등 6학년인 딸이 꺼내온 책은 유아기 때 읽어준 것들로 아마 열 번 이상은 읽었던 책이다. 아이는 한 학년 씩 올라갈수록 해야 할 것도 많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다면서 다시 유치원 시절로 아기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떼쓴다.


아마 사춘기라 말하지 못할 힘든 일이 있을 때 더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투정을 부리며 엄마를 애타게 했다.


어린 시절 베드타임 스토리로 다양한 책을 읽어주었는데 요즘은 하루 일과 중 재미있었던 일이나 친구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아이가 열린 마음으로 사소한 일도 이야기하는 게  베드타임 스토리 덕분이라 생각되니 그만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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