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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Feb 10. 2024

분위기 싸해진 한마디

커피 마시는 게 유죄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제는 작은 설날로  부침개 하느라 숨 쉴 틈 없이 바쁜 날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 먹고 나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었다 가는 게 요즘이다.


나는 쉬는 시간 틈을 타 커피를 마시자고 그 타이밍에 굽었던 허리도 좀 펴고 쉬었다 하자고 말했다. 시댁에는 믹스 커피를 좋아하는 시아버지와 커피를 왜 마시는지 알 수 없다는 시어머님이 계신다. 그래도 언제나 알로 된 맥심커피는 항시 비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똑떨어져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블랙을 즐겨 마시는데 없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항시 대기 중인 커피가 없었다. 어머님에게  커피는 수육 할 때 냄새 잡는 것으로만 쓰다 보니 사놓고 오래 지나니 커피가 말라비틀어지고 색이 변색되어서 몽땅 버렸다고 했다.


집에 있는 커피는 노란색 믹스 커피 있었지만 블랙이 없어  커피를 편의점에서 사 먹기로 했다. 그런데 부침개 하느라 밀가루를 뒤집어쓴 남편과 나 말고, 어머님을 제외하고는 아주버님, 시아버지 그리고 아들뿐이었다.




시아버지는 커피를 얼른 사 오겠다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셨고 시아주버님은 귀찮다며 거든 한 마디, '나는 커피를  안 먹어'라고 전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중학생 아들에게 부탁했다. 편의점에 자주 안 다니시는 시아버님은 그렇게 물주를 자청하여 커피와 음료를 한 봉지 가득 사들고 돌아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어머님 왈~


왜 몸에도 좋지 않은 비싼 커피를 이렇게도

많이 사 왔어? 라며 나무랐다. 누구를 혼내는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건 바로 나를 향해 있었다. 커피를 들고 있는 가족들은  모두 어색해하며 두리번거렸다.


실컷 부침개 하고 커피 마시고 하자고 제일 먼저 말을 꺼낸 나는 이 싸한 분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순간은 몇 초가 몇 분이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 커피문화가 일상에 녹아들어 있어 밥 먹고 나면 커피가 후식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참 살만한 세상이 되었다.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값을 지불해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트렌드가 되었다. 커피 마시는 게 죄는 아니고 요즘은 초, 중고학생들도  공차에 줄지어 서 버블티를 즐기는 시대다.


시대의 흐름을 탓하기보다는 발맞추어  변화해야 꼰대가 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번 명절에 우리 집 같은 풍경이  그려져 공감되었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주면 머쓱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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