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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Feb 20. 2024

가방 욕심의 끝은 어디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첫 월급은 얼마 안 되었지만 당당한 내 돈으로 가방을 수집했다. 용돈을 넉넉히 주지 않았기에 내가 돈 벌면 가장 사고 싶은 것을 사겠다고 벼르고 별렀다. 첫 월급을 타고 가장 기쁘게 소비한 일은 백화점에서 산 닥* 가방이었다. 어린 마음에 겉멋이 한참 들었을 때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 소용없지만 그 당시 나만의 품격이었다. 용돈을 타서 쓸 때만 해도 브랜드는 꿈도 못 꾸고 지하상가나 시장에서 돈에 맞는 보세 가방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브랜드 가방이 갖고 싶었는지 여자라면 알 것이다. 그 당시 스무 살 때는 참 패션에 민감했다. 이 옷차림에 어울리는 가방과 구두를 들고 신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가오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가방과 신발 사는데 투자했다.


화려한 멋쟁이 미스시절을 가방 수집으로 가득 채워 방안은 가방으로 쌓여갔다. 시집올 때 보니 가방이 수십 개였다. 가난한 시절이기에 좋은 가방도 살 수 없기에 양으로 승부하기라도 하듯이 색깔별, 크기별, 종류별로 다양했다. 그중에 백백과 크로스백을 가장 좋아했었다. 연애를 오래 한 남편은 결혼 후에도 가방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결혼기념일마다 가방을 선물해 줬다.


특히 잊지 못하는 것은 어렵게 임신을 하고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의 생일선물이 버**다. 처음으로 받아본 명품백이기에 들기도 아깝고 닳을까 어찌나 애지중지했는지 아직까지 흠집 없이 깨끗했다. 아끼다 똥 된다고 몇 번 들지도 않았는데 세월이 흘러 약간의 빛바램이 남다. 모든 남편이 그렇듯 생일이 되면 의미 있는 선물을 주기 위해 몇 주전부터 묻는다.

"생일 선물 갖고 싶은 거 있어?"라고 묻지만 나는 말하지 못다. 내 처지를 알기에 감히 "샤*"이라고 말하는 순간 된장녀가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생일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명품백 수집가처럼 하나씩 다른 브랜드 것을 사줬다. 배부른 소리라고 욕할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샤*거만 빼고 사줘서 그런지 나의 갈증은 더 애탔고 뭘 사줘도 그저 그랬다.








친한 언니와 애들만 데리고 부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들른 백화점에는 샤*매장이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샤*가방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을. 가방 하나의 가격이면 다른 명품백을 개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자동차 하면 벤*듯이 가방에서는 샤*이 말해 두 말하면 입 아픈 거였다. 


사실 물욕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라졌다. 내게 있어 가장 최애의 장식품이 아들, 딸이기 때문이다.

7년 만에 아이를 얻고 나서는 어떤 가방도, 금붙이도, 신발도 소용없었다. 몸에 편한 복장, 편한 신발이 가장 좋고 뭐든지 넣고 담을 수 있는 에코백이 가장 실용적이라 좋다는 것을 느꼈다.



수십 년 후 남편이 회갑기념으로 샤*백을 사준다고 해도 당당하게 ''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아무것도 손에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가장 편했다. 지갑도, 가방도 안녕~~







사진 출처 : 언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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