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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Mar 23. 2024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엄마

밥을 짓읍니다를 읽으며


박정윤 작가님의 <밥을 짓읍니다>를 읽으면 엄마가 생각나기도 하고 나도 엄마로서 가족들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소한 감정이나 행복을 음식을 통해서도 매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린 시절 먹었던 청국장, 된장찌개, 냉이 된장국 등 추억이 담긴 음식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은 내 동심까지 불러와서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게 만들었다.


간장게장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작은 오빠네 사돈 어르신의 배를 타고 꽃게를 잡으러 갔을 때였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렁이는 감정은 흐뭇하다. 우리 친정가족을 모두 초대해 주신 사돈댁의 스케일도 남달랐지만 배를 여러 척을 가지고 어업을 하시는 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타봤던 배라고는 유람선이 전부였는데 어업 하는 자그마한 배를 난생처음 타 보았고 바다낚시도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심한 뱃멀미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 가슴에 새겼, 살아있는 꽃게를 간장게장으로 담아본 것도 처음이었다.


벌써 몇십 년이 지난 일이지만 간장게장을 보면 그때 그 시절로 시간과 공간을 추월해서 간다.
책을 읽는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을 읽으며 그때 그 배를 탔던 시공간으로 스며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신혼부부였다. 친정 부모님도, 사돈어른들도  모두 젊으셨고 건강하셨다. 더구나 언니와 오빠네 가족 모두 젊었기에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한 가족도 빠지지 않고 한 배에 올라탔기에 고요한 바다를 왁자지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안도현 시인은 꽃게가 간장에 스며드는 아픔이 느껴져 가슴이 메와 다시는 먹을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 가족에게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였고 당장 게 다리를 쪽 빨아먹고 슥슥 흰밥에 비벼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간장 게장의  게를 보고 가슴이 메진 않았다.


나 또한 사돈어른이 싱싱한 게로 간장게장을 담는 것을 보았기에 비린 내보다는 바닷물 냄새가 담겨 있어 시중에 파는 간장 게장과는 비교할 수 없어 아끼고 아껴먹었다.


모든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해야 맛있게 익어간다.

책에는 다른 수십 가지의 음식에 대한 필자의 이야기와 레시피  덧붙여서 행복한 가족의 일상이 담긴 스토리가 나열되어 있다. 그중 오늘 내가 가져갈 레시피는 바로 간장 게장의 추억 스토리였다.


현재는 시간이 많이 흘러 양가 부모님 모두가 연로하시고 우리들 또한 중년의 어른이 되었다. 조카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친정 엄마의 잦은 허리 수술로 고생하시면서 입맛이 없는 병원생활을 하실 때 유난스럽게 간장 게장을 찾았다.



밋밋한 병원밥이 싫어서 짭조름한 음식이 당겼던 건지 아님 그 당시 추억이 엄마도 그리웠는지 모른다. 아마 엄마도 행복했기 때문에 간장게장이 의미가 담긴 음식이라 참 맛있게 드셨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이 있으면 기억해 두었다가 자주 그 음식을 해주게 된다. 그런데 엄마가 그렇게 맛있게 먹던 모습을 잊고 지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떠올랐다.


주말에 엄마에게 간장게장을 좀 사서 갖다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직접 담가다 드리면 더 좋아하시겠지만 서투른 음식을 잘못 만들어 드릴까 겁이 나서다.

 

박정윤 작가님의 간장게장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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