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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01. 2024

은유 작가의 북토크 후기

서점 다다르다는 달랐다

지난주 금요일에 은유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는데 여운이 남아 아직도 싱숭생숭하다. <해방의 밤>을 출간한 은유작가는 전국투어 북콘서트에 나섰다. 지방으로 독립서점을 나 홀로 찾아다니시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북토크로 찾은 서점 다다르다는  '도시여행자'라는 상호로 대전에서 서점을 운영한 지 꽤 오래된 책에 진심인 책방 지기였다. 은유 작가의 인스타를 통해 전국 북토크 안내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기쁜 소식을 알려준 미영작가가 고마웠다. 서점 다다르다를 팔로우하고 북토크에 신청하려고 했는데 신청날이 정해져 있어서 다이어리에 메모해 두었다.



은유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쓰기의 말들을 읽고나서부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 후로 작가님이 내 책을 몽땅 주문해서 공부하듯이 읽었다. 글쓰기 수업을 하신 지 14년이 넘었고 르포작가로 활동하신 경험이 많았다. 언젠가는  은유 작가님께 글쓰기를 배우는 학인이 되고 싶은 꿈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글쓰기 수업은 언제나 오프라인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다. 상심하고 있었던 나를 하늘이 어찌 아셨는지 대전에 오시게 끌어당겼다. 북토크 신청 날인  3월 15일 8시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냉큼 신청했다. 



서점 다다르다는 알고 보니 대전 젊은이들의 왕래가 많은 위치답게 책방 지기님도 젊고 야심차고 야망 있어 보였다. 드러나지 않게 서점의 미래와 발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서점 지기였다. 컨퍼런스까지 주최하는 열정으로 서점의 변화를 이끄는 게 느껴졌다. 올 10월쯤 열리는 북 페스티벌에 꼭 참여해 달라고 부탁받았다.


신기한 점은 서점 다다르다로 상호를 바꾸고 이전한 후에 4만 8천 명의 여행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인근에 성심당이 대전을 알리는 관광지가 된 탓인지 모르겠지만 지역 주민들보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작가님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려서 서점까지 걸어오시면서 성심당을 보신듯했다. 처음 방문하는 대전의 이미지가 어떠셨는지 궁금했지만 북토크에 앉아 기다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벅차오르셨을 듯하다. 시간에 딱 맞춰서 시작된 북토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을 소개하시는 모습에서 팬을 배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자신이 잘 안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고 차분한 음성으로 이어갔다. 작가님께서 위트 있게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북토크 내내 조리 있고 단아한 말솜씨로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쓰기의 말들>을 읽으면서 은유작가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추상에서 구체로'라는 말의 원천이 작가님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기록하고 필사하면서 내가 살아가기 위한 사명을 받은 듯 글쓰기 수업을 해왔고, 소수로 살아가는 그늘진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글을 쓰면서 알렸다. 글쓰기는 자기 치유하기로 최고이고 속마음을 정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글쓰기를 하면서 자기 돌봄이 되었을 뿐만 아이라 인간관계도 저절로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졌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공감했던 이유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진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이들 육아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시댁 험담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금이었던 시간에 그렇게 하루를 수다로 보내고 돌아오면 집안살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우리 집만 가난하고 힘들다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아이들도 어리고 육아정보를 들어야 할 것 같아 불안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집에 돌아오면 내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마음은 더 헛헛하고 공허해짐을 느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고 가족을 위해서만 열심히 살아오다가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다보게 됐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역으로 가는 내가 뒤쳐지는 듯하여 방황했다. 화려하게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주눅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괴로웠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에 주변을 힘들게 했을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지면서 미안해졌다. 변화를 마음먹고 난 후에 화가 나는 일, 기쁜 일,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점점 나를 찾았고,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이 선명해졌다. 작가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전투적으로 살아온 장본인이기에 주부라면 은유작가를 싫어하는 이가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불안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안의 연속이었다.  초보엄마는 알려주는 곳이 없어 책으로 카페로 엄마의 역할을 공부해야 했다. 모든 엄마가 그렇듯 내 아이를 특별하게 천재처럼 키워내고 싶어 한다. 자신의 엄마세대처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대물림되어 판박이처럼 똑같이 사교육으로 천재 만들기에 뛰어든다. 속마음은 내 아이가 뒤떨어지지 않게 누구보다 더 똑똑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임무가 뒤따르기에 그렇지 못할 경우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살신성인으로 책으로 아이와 뒹굴고 정서적으로 안정시켜 주려고 내 삶은 자유란 것은 없이 아이에게 맞추며 살았었다. 그래야 엄마라고 좋은 엄마라고 이미 기성세대가 갖춰진 틀에 나를 가두려 했고 잘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났고 약자인 힘없는 아이에게 더 분노했기 때문이다.



함께 참여한 작가님들과 저녁식사 후 강연장에 도착하니 벌써 자리를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역시 팬덤이 크고 은유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만 찐 팬으로 하고 싶었는데 은유 작가님이 좋아서 출간한 책을 모두 품에 안았는데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해방의 밤> 책 속의 문장을 책방 지기가 소개하고 질문을 하면 작가님은 답변하는 토크 형식으로 진행된 북토크는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으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고 왜 이렇게 썼는지 궁금했던 의도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평일 저녁 나를 집에서 해방시켜 준 은유작가님 덕분에 맛있는 외식도 하고 자유부인이 되어 행복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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