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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02. 2024

읽고 쓰는 삶이 뭐가 어때서

변화와 성장에 필요한 것은?

무작정 책을 많이 읽고 쓴다고 결단코 내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았다. 모든 것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물리적 양을 확보해야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 대부분은 성공노하우만 배워서 빠르게 성공하고 싶어 하는 게 문제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중간 과정을 무시하고 어찌 성공을 바라는지 양심도 없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의 말을 곧 이곳대로 듣고 맹신하면서 속전속결로 결단을 내려 몰아붙이다가 결국 망하고 서로 철천지원수가 된다. 특히 시골 좁은 동네로 갈수록 더 심하다. 누구누구네 아들이 ○○해서 성공했다고 입만 벙끗해도 소문은 부풀려져 일사천리로 일파만파 퍼진다. 남의 말만 듣고 조급하게 마음먹은 사람들은 또 다른 기회가 와도 변하지 않고 똑같이 반응하여 매번 실패한다. 시작도 급하지만 참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은 인터넷 5G만큼이나 빠른 게 공통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게끔 독서 시간과 글 쓰는 시간을 물리적 양으로 합하여 채워지면 저절로 단단해진다. 그러면 어떤 고난과 얼토당토않은 역경이 닥쳐도 견딜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 다양한 목적을 숨기며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처음에는 순진해서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목상 독서 모임이라지만 개인적인 사업 수단에 필요한 인간관계를 넓히고자 숨기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책만 읽으면 요술 방망이처럼 뚝딱하고 경제적 여유가 자동으로 뒷받침될 거라는 요행을 바라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책도 사람처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본래 출간되는 책은 미완성이다. 그 미완성인 책을 내가 꼼꼼하게 읽고 생각과 각오를 덧붙임으로써 비로소 책이 완성되는 것처럼 끝까지 전투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속았다면서 비방하면서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두 손 두 발을 들고 물러간다. 


2019년 코로나로 인해 독서 모임이 중지되면서 방치되던 블로그를 살려내는 시간이 충분했고 불안과 두려움을 잊을 때 글쓰기만 한 것이 없었다. 블로그의 주제는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초보 블로거답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엄청나게 두리번거렸다. 정답이 없었지만, 파워블로거를 매뉴얼 삼아서 모범 답안지처럼 보고 따라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왕왕 댔다. 글이라는 것을 써본 것은 자기소개서나 일기가 다였는데 당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난감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는 블로거들을 찾아서 글을 읽고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예시들을 보면서 내게 맞는 글쓰기 방법을 터득했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시기가 없다는 말이 다 맞아 들어갔다. 많이 읽고 배울수록 더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면서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글을 쓰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나를 드러낼 용기였다. 나를 드러내기 싫어서 남의 이야기를 하듯 쓰기도 했지만 결국 누구나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일이니 '작가'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분명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글쓰기에는 특별한 스킬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서툴더라도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처음 쓴 글을 외부에 선보여 다른 사람이 읽게 될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밀려왔다. 글도 못 쓰면서 블로그를 한다고 욕하면 어쩌냐고 하는 불안감이 어마어마했다. 천부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약한 사람은 홀딱 벗고 무대에 올라선 느낌처럼 화끈거리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듯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를 실험할 수 있었다. 반응이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꼼꼼히 분석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도 알게 되었다.


매일 읽고 쓰면서 조금씩 한 방향으로 흘러들어 갔고 포기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임계점을 뛰어넘어 성장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실수와 실패는 또 다른 배움의 길로 안내했다. 모든 경험은 상처받은 내면의 상처를 꺼내서 매만져서 단단한 심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약을 먹는다고 감쪽같이 감기가 낫지 않듯 변화도 성장도 시간과 물리적 양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주변에서 알아보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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