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벚꽃은 다르게 찾아온다

아이들은 가로수에

벚꽃이  피고 지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는 겨울을 지낸 나무에서

새잎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꽃이 피는 생명의 신비에 감동했다.

아이들에게 벚꽃놀이 가자!라고

하면 굳이 왜 가야 하냐며

반문한다.

(이렇게 감성도 없다니)

나도 어린 시절에는 자연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둔감했다.

그저 놀 궁리만 했다.

추운 겨울이면

함박눈을 기다렸고,

여름이 오면 물놀이를

손꼽아 기다렸다.

시커머스처럼 까맣게 그을려야

여름을 제대로 누린 것이라고,

썰매 탄다고 눈두렁에 빠져서

운동화가 젖어서 부뚜막에

말린다고 누렇게 그을렸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지금 아이들은 신발도 하나가

아니지만 그 당시 나는

단 한 켤레의 운동화로

1년을 버텨야만 했었다.

대신 봄이랑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었다.

나이 들면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진다.

농사짓던 아버지는 얼마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민감했을까.

아시다시피,

농사일은 시기와 때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

일 년 치 농사를 그르쳐

흉년을 맞기 때문이다.

아파도 참아야 하고

농번기 때는 몸보다는

농사일을 우선시했기에

지금 남아 있는 건

부귀영화가 아닌

병든 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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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벚꽃은

늦장을 부렸다.

뭐든지 빨리, 급하게,

서두르는 한국인에게

일침이라도 가하듯

자연의 귀중함을 잊지 말라고

혼내듯 느닷없이 개화했다.

매화도, 개나리도,

목련꽃도 늦은 감이 있었지만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전국적으로 벚꽃축제를 하는

곳마다 꽃 없이 행사가 치러졌다.

제일 먼저 소식을 알리는

진해 군항제도 상춘객의

마음을 애태웠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거나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인데 너무나

무시하고 개의치 않게

살았던 건 아닌지

이 기회에 되돌아보라고

시간을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