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Apr 10. 2024

나를 돌본다는 건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의 문장공부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책에서 그렇듯 은근 난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겪어본 사람들은 쉽게 지나칠 수없다. 넘긴 책장을 도로 넘겨 다시 찬찬히 나도 모르게 읽게 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공감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난임을 숨기면서 치료받은 적이 있기에.


난임은 어떤 위로도 절대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아기를 품에 안기 전까지 노심초사하고 불안이 떠나지 않아 함께 공생했다. 신 확인 후에도 잘못될까, 인연이 닿지 않아 놓칠 새라 몸조심했다. 주변에도 쉬쉬하며 6개월, 만삭으로 출산할 때까지 안정되지 않았다 마음으로 조심다.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에 나오는 여성들의 고민들 중에 한 번쯤은 해봤을 주제들이 많다.


행복, 불안, 두려움, 나이듦 등


20년전만해결혼해서 아이가 없으면 일부러 갖지 않고 딩크족으로 산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어른들은 나이가 꽉 차서 혼기를 놓친 상대를 앞에 두고 눈이 높아서 그렇다는 둥, 출세에 눈이 멀어, 돈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만 한다고 친구들마저 단정 지어버린다. 남의 말이라고 참 쉽게 가볍게 내뱉어버린다. 그게 바로 현실사회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다 옛말이 되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여성들은 결혼한 여성과는 일단 삶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일을 놓을 수 없고 젊은 세대와는 달리 언제까지 일을 끊임없이 해야 하나 고민하고, 부업으로 재테크할 여유자금까지 염두해 쉬지 않고 달려왔을 뿐인데 지독하다고 몸 생각 좀 하라고 걱정해 준다. 과연 걱정일까. 때로는 다른 친구들처럼 살지 않고 있으니 대화에 낄 수 없으니 소외된다. 마음도 나이 들수록 쉽게 짜부라지게 되고 다른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초조해진다. 



핵개인 시대에 도래한 요즘 이 부분을 읽을 때 한 동안 머물렀다. 가족사회, 공동체 사회에서 갈수록 혼자 사는 개인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격변기이기에 공감됐다. 편의점에만 가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식재료들이 즐비한다.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골라먹을 수 있다.




급하게 자란 나무는 연약해요.
 하지만 시간을 들여
변화해 가는 나무는 단단하거든요.
자신을 돌본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요?



_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혼자 먹고살기 힘들어 급하게 나를 돌보지 않고 열심히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후회된다. 천천히 변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아차 싶었다.

스스로 자신을 자책하고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생계에 지장이 생길까 좀 더 예민하게 좀 더 까탈스럽게 모든 것에 임했다. 급하게 달려간다면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의 몸이기에 너무 나를 돌보지 않았나 싶었다.



사람의 마음도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 실리콘으로 만든 작은 공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가 하면 좋겠다.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쉽게 마음이 꺾이지 않게 약간의 변화에도 허물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나이에 맞게 변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더 돌봐야 한다. 작은 일에도 서운해지고 예민해지기 쉽다.  급히 뛸 때는 볼 수 없는 것도 속도를 늦추면 보이기 마련이니 더 느긋하게 나를 살피고 돌봐야 한다. 마음에도 빈 공간을 만들어두고 내 마음을 내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줄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이 나무 같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그런 사람이 되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