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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12. 2024

육아맘들 두 번 울리는 보험사

스타강연에 가면 절대 사인하지 마세요

이미 보험사를 앞세워서 유명 강사들을 모시고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절대 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겠다는 각오를 하고 찾아갔지만 그날 뭐에 씌었는지 보험을 가입하고 왔다. 

까마득히 먼, 5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강연이 멈췄기에 그동안 잠잠하다 다시 코로나가 풀리고 전국으로 스타강연들이 육아맘들 환영이라고 카페에 모집글들이 올라왔다. 자녀교육에 관심 있고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강사들을 섭외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오은영, 김미경, 이미애, 손경이, 김창옥, 구성애 등등 이름만 대면 아는 스타 유명강사의 강연을 듣고 싶어 엄마들은 안달한다. 이런 육아맘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보험회사 판매원들이 그것을 악용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켜 놓고 들뜬 분위기로 판단력을 잃게 만든다. 


그날은 정말 그놈의 복리이자 상품에 눈이 멀었다. 복리 이율그래프로 보여주는 숫자에 놀라서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들의 판매비법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오묘하게 숨겨진 사실을 깨닫고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이라고 팔았다.


당시 아이들 학자금 적금을 알아보던 참이었기에 금리도 낮아서 조금 길게 봐서 복리상품을 선택하자는 것이 나의 꼼수였다. 그들은 종신보험 상품을 베일에 덮어서 마치 저축성 보험(적금)을 팔듯이 현혹시켜서 가입을 권유했다. 누가 속아 넘어가겠냐고 하겠지만 나란히 줄을 서는 모습을 보니 안 하면 손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자신들은 이 상품이 너무 좋아서 몇 개씩 가입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정 판매이고 곧 사라진다는 말도 아낌없이) 보통 베짱이 아닌 사람도 혹하기 마련인데 나처럼 귀도 얇고 돈 불리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던 차라 남편에게 묻지도 않고 저축성 보험을 가입했노라고 자신만만하게 남편에게 자랑했었다.

(몇 년 뒤에 이런 사달이 터진 뒤, 나는 쥐구멍이라도 싶고 숨은 심정이었다.)



워낙 신혼 초부터 우체국에서 적금형 보험으로 길게 적금을 여러 개 가입하여 큰 이득을 누렸기에 그때처럼 가입했다고 자신했다. 5년이 흐르도록 나는 열심히 꾸준히 꼬박꼬박 납입했다. 사건은 얼마 전에 터지고야 말았다. 타 보험사에 있는 보험이 유니**보험인데 워낙 주식상황이 안 좋아서 금액을 낮춰 놓은 상태인데 그동안 들어갔던 금액으로 납입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타 보험사 FP님은 "왜 똑같은 종신상품을 또 가입했냐며?"라며 물었지만 나는 큰 소리를 쳤다. 그건 종신상품이 아니고 저축보험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어찌나 내 목소리가 자신감에 넘쳤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고. 그러면서 뭔가 찜찜한 나는 저녁 늦게 이 보험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아뿔싸!!!  종신보험이었다. 이미 나는 종신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상태였고 가입당시에도 분명 보험모집인에게 분명 여러 차례 저축성 보험 맞냐고? 묻고 재차 확인하고 서명을 했었다. 문제는 내가 자필 서명했다는 것과 해피콜로 확인까지 했기에 어찌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미치고 팔짝팔짝 뛸 상황이었다. 육아맘들을 가지고 놀은 것 같아서 사기꾼으로 모두 보내버리고 싶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이 자기주도학습 코치 강연을 들은 사람이 있다면 모아서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문제는 증인과 증거를 확보하라는데 이미 5년이나 흘러 기억도 가물가물 전단지도 없고 사진도 찍어놓지 않은 상태로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지금 가입해지하려니 원금도 못 돌려받는 상황이라 속이 터지기 직전이고, 남편은 분노하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가입했다며 난리다. 


아이들 잘 키우려는 육아맘들 모아놓고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좋지만 과대 홍보하거나 잘못된 홍보로 나와 같은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인터넷으로 알게 되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나고 와서 생각해 보니 뭔가 다 수상했었다. 보험광고 후 3분이라는 시간만 주고 그 후에 스타강사 강연이 있다며 빠른 시간에 가입신청서를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시간은 3분만 준다는 것이다.(깨알 같은 보험약관이나 중요한 정보는 읽어볼 틈도 안 준다)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특별한 상품이나 이때만이 기회라며 우리의 뇌를 생각도 못하게 하고 비판할 능력도 못하게 했다. 시간이 3분이라니 마음이 급해졌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여성분들이 10명 넘게 주변에 흩어지면서 가입신청서 문의를 받고 종이를 받아가는 모습을 보니 나 혼자 이 기회를 놓치는 거 같아 두 장이나 적었던 거다. 남매 학자금 명목으로 두 건이나 가입했고, 이날 그들의 봉이 되었다.


이들은 홈쇼핑 광고하듯이 어찌나 말을 재미있게 하는지 남편 몰래 목돈 비자금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는 말들이 상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와서 민원을 제기해도 증인이 필요하고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올까 적어본다.


차라리 유명 스타강연에 간다면 강연만 듣고 와야지 절대 보험회사 판매원들이 하는 말에 현혹되면 절대 안 된다. 거의 사기 수준이지만 법적으로 오묘하게 피해 가서 피해 보는 사람은 육아맘뿐이었다.


자신 없다면 차라리 가지를 말자!!  

수많은 정보는 지식의 장애물이다.






p.s. 저는 호구이자 봉, 바보, 멍청이라는 고백의 글이네요.

얄팍한 상술로 가난한 엄마들의 지갑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니 정신바짝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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