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Apr 28. 2024

아들 눈치 보이는 시험기간

모든 부모라면 아이들이 시험기간에 모두 나와 같을까? 나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밤낮으로 뱀의 눈으로 하게 된다. 마치 교도관이 되어 특명을 받은 듯 철두철미한 직업정신을 발휘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있다.


"누가 왕년에 공부 안 해봤어?"라며 너스레를 떨며 당일 분량의 학습량까지 체크하는 도 넘는 행동도 하게 된다. 아이의 표정이나 의도는 전혀 에둘러 볼 생각도 안 하고 내 생각만 하며 고리타분하게 아이를 쥐 잡듯 잡고 있었다.


심지어 시험기간만큼은 식탁에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오르던 미역국도 끓이지 않는 주간이다. 말하면 입이 아프지만  반곱슬 머리인 아들 앞머리가  더벅머리가 되어 이상하리만큼 웃기게 꼬불거려도 차마 웃을 수 없다. 아침마다 아들은 졸린 눈으로 시체처럼 앉아서 밥을 먹으며 묻는다.


"엄마, 내 앞머리가 이상해 보이지 않아?"


"어, 전혀 이상하지 않아."


"앞머리가 갈라지면서 자꾸 하트를 만드는데 왜 그런 거지?"라며 어떡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머리카락이 자라 미용실 갈 시기가 지났기에 그런 걸 알면서도 시치미 떼고 있었다.


평상시 미신을 믿는 사람도 아니면서 될 수 있으면 안 좋은 일을 피하려고 애쓴다. 아들시험이랑 머리 커트하는 거랑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어미의 마음을 어찌 알 까나 싶지만 일단 맘대로 인 독재자다.


어릴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의 행동을 끔찍하게도 내가 하고 있다. 이래서 나이 들면 말을 아껴야 한다고 했던 거다. 대물림이 무섭긴 무서운 것이다. 우리 모두는 말없이 손톱도 자르지 않고, 머리카락도 깎으러 미용실에도 가지 않으며 아들의 시험을 응원했다. 공부를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최대한 간식과 식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들 시험기간인데 온 가족이 눈치 보는 이 상황이 어찌 우리 집에만 일어나지는 않아서인지 동네의 학원가 거리가 숨죽인 듯이 조용하기만 했다.


누가 보면 수능시험을 보냐고 묻겠지만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긴장하니 다 함께 거들고 있었다. 딸아이는 덩달아 눈치 보는 이 상황에 나중에 자기는 저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다짐한다.

남매가 싸우는 일이 줄었다. 아들이 방문을 잠그고 있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며칠이면 이 적막함이 사라지겠지만 애쓰고 있는 아들 눈치를 보는 시험기간이 행복하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다니던 운동도 쉬며,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며 어떻게 하면 아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려 했다.


노력하는 아들이 멋져 보였고, 아이패드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인 아들이 주목적을 나중에는 알아차리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