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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29. 2024

엄마의 하루는 이렇게 빠르게 흘러간다

당신의 하루를 검열해 보세요.


"오늘 당신의 하루를 보여주세요?"
라고 물었기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하루의 일들을 메모하며 지은이가 돼보았다.







새벽 5시, 알람소리를 듣자마자 알람을 끈다. 혹여나 예민한 남편과 아이들이 잠에서 깰까 동작이 누구보다 빠르고 민첩하다.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리지 않고 일어날까 망설이게 되면 안 일어날 핑계들이 많아지니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망설이지 않는 습관 잡기의 포인트다.


잠결에 일어나 경대 위에 놓인 노트북과 마우스를 챙겨 들고 주방 식탁에 내려놓고 그제야 눈부심이 덜하려고 차근차근 등을 켜고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누른다.


노트북 전원이 켜지는 사이 미지근한 물로 입안을 헹구고 양치를 한 후 따뜻한 물 한 잔을 받는다. 의자를 꺼내고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란 카카오톡 버튼을 더블 클릭 후 로그인을 시도한다.

새온독(새벽 독서모임) 리더가 올린 줌 링크를 타고 접속한다.  10분 명상을 시작하고 30분 책 읽기를 시작한다.


명상을 하며 잠을 몰아내고 의식전환을 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책을 펼쳐 들고 글자를 읽어 내려간다. 잠자기 전에 읽어두었던 부분이라 재독 하며 점점 스피드 있게 읽는다.


새온독은 리더가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바뀌지만 시스템은 한결같다.  독서시간은 30분 타이머를 켜고 정해진 분량을 읽고, 나머지 30분은 독서모임 선배님들과 본깨적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7시 전에 전체 베스 시간을 가지면 마무리하고 각자의 생업으로 고고씽이다.


나에게 금 같은 귀한 시간인 7시에서 7시 30분까지 읽었던 부분은 블로그에 기록하기 위해 15분 글쓰기를 한다.


읽고 쓰는 삶을 빛나게 하는 나만의 퀘렌시아가 남들이 보기엔 그냥 식탁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작가의 꿈을 펼치며 공저책을 두 권을 집필했고 단행본 에세이을 썼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새벽 이 시간을 꾸역꾸역 읽고 쓰면서 나를 자기 검열하고 계발한 곳이다.



긴 밤이 지나고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이 적막한 공간이 나를 항상 기다려 준다. 5년 전부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한반복하면서 이제야 체화되어 지금은 처음처럼 비몽사몽이 아닌 또렷한 의지로 자의적으로 행동한다. 긴장과 불안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 시간이 좋다.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경험치랄까.


매일 다섯 시,  같은 시간에 블라인드를 올리면서 당연하게 받았던 계절 선물인 떠오르는 태양과 바람에 감사하며, 건강하게 눈뜰 수 있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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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근준비는 알아서 챙기니 도움이 필요 없지만, 아이들 아침 식사준비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시간이다. 교복을 찾으면 달려가서 꺼내줘야 하고, 체육복을 말하면 서랍에 든 것도 못 찾는 아들이기에 두 배는 바쁘다. 둘째는 학교 준비물이나  학교에서 보낸 공문을 체크하여 보내줘야 한다. 최대한 빨리~~그래야 선생님께 이쁨받는다고 들었다.


틈새시간을 타서 보냉 텀블러 3개에 물을 담는다. 학교에서 먹는 아이들 것과 출근하면서 마실 남편의 물이다.  입맛이 없는 아침밥은 거의 국을 올리고 이제야 출근준비를 서두르며 옷을 재빠르게 고 돌아와 남매가 원하는 메뉴로 아침밥을 차려준다. 다 먹은 식탁을 빛의 속도로 치운다.


출근하는 고속도로에서 화장을 대충대충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내리고 새온독 성공습관 챌린지를 쓴다. 톡 방에 공유하고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읽는다. 남편과 같은 곳에 출근하지만 남편이 내 일을 존중해 주며 종종 남편 출장을 따라가기도 한다. 사무직 일을 하고 있지만 거의 작가처럼 읽고 쓰는 일이 더 많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둘째 하교후 집으로 돌아올 때쯤 체크해서 전화통화를 한다. 간식을 뭘 먹을지 묻고 알려주고, 학원 숙제를 했는지 점검한다. 학원에 다녀와서도 꼭 전화로 잘 다녀왔는지 확인한다. 큰 아이가 하교 후 집에 오면 충분히 먹을 간식을 편의점처럼 비치해 둔 곳에서 찾아 먹게 한다.


퇴근 후에는 저녁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뿐만 아니라 세탁기에 빨래도 돌리고 건조대에 있는 마른 옷은 걷어서 접어서 개키고 나서 각자의 옷장 서랍에 넣는다. 저녁밥을 준비하면서 청소기를 돌린다. 아침에 시간에 종종 남편이 거들기도 한다.


큰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이 8시라서 그 시간에 맞춰 저녁을 먹는다.  그전에 배고프다는 사람(둘째)은 미리 주기도 한다.

종종 학원을 픽업도 해야 하기에 궁둥이를 붙이고 집중할 시간은 새벽시간과 업무시간이 전부다. 오늘도 참 다리가 아프다. 동당동당 중간고사를 처음 치르고 온 아들 눈치 보느라 심적으로 피로해서 그런지 얼른 쉬고 싶다.


엄마의 하루(나의 하루)는 바쁘고 하는 일을 셀 수도 없다.  일상생활에 젖어든 일이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처럼 티도 나지 않는 게 흠이다.




오늘 하루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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