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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pr 30. 2024

봄이 주는 꽃향기



킁킁~~

아이와 산책을 할 때 강아지가 탐지견이 되어 거를 찾듯 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발짝 한 발짝씩 걸음을 뗄 때마다 꽃향기가 제각기 다른 향으로 콧속으로 들어온다.

결국 걸음을 멈추고 어디서 나는지 향기를 따라가 보았지만 그 향기를 찾지 못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강제적으로 마스크를 쓰면서 얼마나 맡고 싶어 했던 자연의 향기인지 모른다. 역시 귀한 것은 잃어버리고 후에야 깨닫게 된다.


수백 년 동안 자연이 주는 풀냄새와 꽃향기, 바람냄새에 익숙해져 그 소중함이 당연한 알았고 지구인들이 환경을 너무 파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우리는 너무 쉽게 지나치고 있는 아닌가 싶다. 마스크를 쓰면서 강제로 햇볕과 공기를 차단하면서 오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산책이나 바깥활동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수변공원을 걸을 때도 마스크를 써야 했고, 신발을 신고 현관밖에만 나가려고 해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심지어 마스크 없이는 그 어떤 가게도 출입금지였고, 버스나 택시도 없었으니 금세 그런 시절을 받아들이고 죽음과 관련되어 두려워서 칼같이 따랐다.


코로나로 해방된 지금도 습관처럼 마스크를 벗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아이는 마스크가 해제되었는데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등교를 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니 편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년간 학년이 바뀌면마스크를 쓰고 항상 친구를 만났기 때문에 모습에 적응되고 익숙해졌다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전해지는 다른 향기가 있다. 당연하다고 그동안 맡아왔던 향기들이었다. 봄이면 땅 속에서 새싹이 돋아 오르느라 흙냄새가 풍겨나고, 농사일을 시작하는 준비시기로 거름냄새로 고향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입춘을 지나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나무에서는 경쟁이 붙어 싱그러운 냄새가 지천에서 풍기고 꽃에 둘러싸여 살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간질거리는 느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강제적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서 사소했던 일상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았는지 금세 또 잊고 바쁘게만 살았다. 자연의 변화는 놀랍게도 자기 할 일을 칼같이 하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멈출 때가 있듯 무시했기에 더 큰 현상이 일어난 거라 확신한다. 중국산이라 금방 끝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아주 긴 시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투해야 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자유가 그토록 소중하더니 다시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반찬거리를 양손에 들고 오는데 어디선가 향수보다 더 향긋한 꽃향기가 내 코를 간질거렸다. 걸음을 멈추고 곧바로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그 향기를 따라 코를 킁킁 내밀며 어디에서 풍기는 향인지 향을 쫓았다. 아쉽게도 옆에 있는 나무의 향이 아니라서 다시 뒷걸음질을 쳐서 그 향을 맡으려고 빙빙 돌며 애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몇 분을 그렇게 향을 찾아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혹적인 천연의 향기다.

아~~ 그 향을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속이 탔다. 봄에는 모든 들풀과 나무의 꽃들이 자신만의 향과 꽃을 뽐낸다. 집에 있는 토분에서도 향기 없는 꽃이 피었다. 남편이 예쁘게 피지 않는 꽃이 불쌍했는지 인조꽃을 꽂았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서 가봤더니 웃음이 났다.  



2024년 봄은 늦되었다. 꽃마다 개화되는 시기도 늦어졌고 3월에 있는 꽃샘추위도 잦았다. 덕분에 겨울옷을 더 오래 입느라 봄은 더 짧게 느껴졌고 봄비는 장마처럼 길었다. 그로 인해 작년보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꽃 축제들이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자연의 위대함이었다. 그럼에도 자연은 자신의 역할을 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이 반드시 해냈다.


인간은 자연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그들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절대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절대 안 된다. 열대 박쥐들이 지구 온난화로 중국 남부지역으로 이주하면서 100여 종이 넘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


"자연이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연가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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