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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l 16. 2024

여유 부리는 게 두려운가요?

자기 계발서를 오래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유를 부리는 삶을 등한시하게 된다. 내 삶에 여유는 없는 사람처럼 종종거리면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살았다.


왜냐면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성공담을 운운하면서 동기부여시킨다.  나도 해냈기 때문에 당신도 분명히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대신 그들이 했던 노하우를 적용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라고 TV를 보던 내가 책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처럼 의식하면서 행동했다. 내 몸에 좋은 습관을 새기려고 무한이 애썼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고무줄과 같았다. 잠시라도 틈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갔다. 그들처럼 하면 잠시도 여유를 부리면 안 됐다.

틈새 시간에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성취감을 불러일으키고 곧  성공의 가도를 달릴 거라고 생각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니 그들이 했던 비법을 내게 적용하려 애썼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새벽기상   

     독서   

     시간관리   

     감사일기   

     인간관계   

     운동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내 루틴으로 만들었다. 매일 새벽 기상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를 했다. 그리고 시간관리 노트를 쓰고, 투 두 리스트를 쓰면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잠재의식의 힘을 믿으며, 긍정 확언과 감사 일기를 매일 썼다. 하루라도 빠지면 큰 일 날 것처럼 기계처럼 해 나갔다.



책을 최대한 많이 읽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욕심을 부렸다. 중고책, 새책 가리지 않고 책을 일단 사서 집에 쟁여두어야 안심됐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말이다.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아도 의미 있다는 말을 믿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알게 됐고, 나만의 방향성을 알게 됐다. 모두 헛된 욕망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읽는 것보다는 나를 들여다보는 쓰기를 더 좋아한다. 한 문장을 읽어도 내게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한 동안은 잠시 쉬어간다는 말이 게을러진다고 생각했고,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발전하는 게 우선이었고 자꾸만 가족이 뒤로 물러났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간다는 것은 욕심이었다. 날짜를 정해놓고 하기로 했어도 생각처럼 잘 되지 못해 계속 가족들과 다퉜다. 그저 내 성공을 방해하는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가족들과의 여행길에서도 책을 읽겠다고 무리하게 챙기고, 노트를 챙기면서 여유 있는 여행이 아니고 불편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기도 했다.



한 걸음 멈추고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니 내가 그랬다. 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다. 나에게 맞는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하는데 욕심으로 조금 더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몸에 맞지도 않은 일들을 해내느라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계발하겠다는 욕망이 앞서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나의 명함을 만들겠다고 고군분투하는 40 ~ 50대의 주부들,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돈이 있어야  여유가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진작에 여유는 버리고 살고 있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여유를 부리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면서 일상을 너무 홀대하지 않았나 싶다. 일상이 소풍이고 여행인 것을 우리는 꼭 어디를 멀리 가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행복한 삶이란 여유 있는 삶이라고 말하면서 행복도 여유도 모두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일상에서 여유를 부리면서 행복을 발견하려면 느긋해지고 다른 사람의 삶보다 내 삶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다


사진출처 : 언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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