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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l 17. 2024

자사고 설명회를 다녀와서


어제 비예보가 있어서 입학설명회를 갈까 말까 망설이다 약간 늦게 출발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설명회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학부모들의 열기는 정말로 천둥번개 치는 날씨도 말릴 수 없나 보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 설명회가 두 번째였다. 전에 다녀온 자사고와 이번에도 자사고로 변화하는 대입과정 좀 알아볼 참에서였다. 단 두 군데만 다녀와서 그런지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람인지라 자꾸 비교가 됐다.


고등학교 입학설명회도 이렇게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데 대입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길과 퇴근길이 겹쳐 차가 밀렸다. 더 급하게 서두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뒷자리에 아들과 자리를 잡았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도 앞자리에 앉은 학생의 뒷모습과 학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오순도순 아이와 앉아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엄마 혼자서 입시 설명회를 듣겠다고 참석한 분들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아이와 참석한 가족도 보였다. 참, 보기가 좋았다. 집에서 딸아이를 보겠다고 자처한 남편이 덜 적극적인 것 같아 아쉽고 당연히 둘째를 한 사람은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요즘 다른 학교나 학원에서도 고입설명회를 하느라고 난리다. 특목고도 있지만 사립학원에서도 난리였다. 설명회를 듣다 보니 저번달에 있는 다른 자사고 설명회에 다녀온 정보가 떠올랐다. 그때는 아이는 관심을 안 보이고 원치 않는 학교라고 패스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냥 넘길 수 없었기에 일단 정보라도 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즉 극성맞은 것은 맞다.


다른 엄마와 단둘이 다녀왔는데 아이들끼리 끼리끼리 모여있는 교복입은 학습들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씁쓸했다. 내 아이가 다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참 이상하게 말이다.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기숙사도 직접 볼 수 있게 해줬다. 모든 설명회가 끝나고 말이다.  나는 시간이 늦어져 끝까지 듣지 못하고 기숙사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왔었다.


가만히 보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는 건지 내가 가는 건지 누가 보면 도를 지나쳐서 극성맞아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엄마들의 극성이 죄인가? 고민해 볼만한 문제였다. 극성맞게 아이를 다그친다고 좋은 대학에 간다면 안 할 엄마들이 있을까 싶었다. 모두 아이들이 원해야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미 아이들을 잘 보낸 분들의 지혜를 배워야 했다.


이번 학교는 아들이 관심 있어하던 학교였기 때문에 학원시간도 조정해서 큰 마음먹고 나섰다. 아이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천둥소리와 비 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집에 갈 생각 하니 까마득했다. 초행길에 빗길이라 엉금엉금은 아니어도 천천히 왔기 때문이다.



어제 다녀온 고등학교 설명회는 진로진학 콘서트라고 했지만, 담당 선생님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다. 분야는 다 달랐지만 질문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그 위주로 답변도 있었지만 바뀌는 대입제도를 공부해야 했다.


왜 이렇게 대입제도는 자주 바뀔까? 는 모든 학부모의 고민이지만 시대가  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갈수록 공부하기가 더 힘들어 보였다.


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어도 뛰어난 학생을 뽑으려는 욕심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만 하는 대학과 학생의 능력을 자세하게 꼼꼼히 따져보는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했다. 대입을 보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대학이 소멸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학교마다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느껴졌다. 혼을 갈아 넣어서 열심히 가르쳐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학교와  아이의 실력은 약간 부족하지만 다른 부분을 뛰어나게 만들어서 좋은 대학으로 보내겠다고 자부했다. 참 아이러니하기도 했고 모순되기도 했다. 아이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엥~~ 하고 탄식했다.  


아직 2학기가 되어 봐야 알겠지만 나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기다려줄 것이다. 아이의 인생이고 내가 어릴 적 아버지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해서 인생이 꼬였다고 통탄하며 분노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나와 다른 생각으로 상반된 선택지를 고르더라고 인정해줘야 한다. 엄마가 하는 얘기는 모두 잔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중요한 시기에 아이도 학부모들도 슬기롭게 선택하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선택이든 인생은 살아있는 한 한 가지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 원리만 터득한다고 해도 자유롭게 다양한 선택들을 해보는 사람만이 조금 빠르게 성장한다는 해결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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