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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Jul 18. 2024

오십에 읽는 장자 (소요유 중에서)


장자

(기원전 300년 무렵,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 출신의 철학자)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법을 배우면서 소요유(逍遙遊)의 지극한 자유 누리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을 동일시하는 장자의 자유로운 사상

_오십에 읽는 장자 p.8



동양 철학자로 공자, 노자, 맹자, 순자 등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장자에 대한 책은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래도 노자 <도덕경>을 읽으면서 장자의 철학을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오십에 읽은 장자>를 통해 인생 2막이 열리는 오십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물음과 혜안을 주는 책이었다.


두 철학자는 무위자연을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자는 정치적 무위를 주장하는 반면 장자는 개인에게 무위 할 것을 주장하는 개인 삶의 철학에 가깝다. 다가오는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매일매일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오십이 되면 자식들은 장성해서 성인이 되어 출가하고, 직장에서는 평생 쌓아 올린 명함을 내려놓아야 할 시기이다.


돈, 명예, 지위로 드러나는 사회의 잣대로 평가받고 사느라 정작 자신을 챙겨본 적이 없기에 허무하다. 그동안 사회적 지위를 신경 쓰느라 가족에게 소홀하고, 스스로를 일중독자처럼 살아서 취미 하나 없이 살아온 인생, 돈이 최고인 줄 알고 앞만 보고 달려와서 친구 한 명도 남아 있는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야 잘 사는 거라고 틀 속에서 배웠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가르쳤다.


주변에 퇴직을 하고 한적한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번잡했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 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의 지위나 명함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으로 와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평생을 숨 가쁘게 바쁜 도심 속에서 틀에 박힌 삶대로 살다가 한적한 시골에서 나답게 살기로 작정하고 온 다부진 마음이 전해진다. 그런 사람을 대할 때마다 나도 아이들 모두 출가하면 물 좋고 산 좋은 한적한 곳에서 전원생활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처럼.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당신은 큰 나무를 갖고 있어도 별다른 쓸모가 없다면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드넓은 곳에 심어 두고,
그 곁에서 서성이고, 또 한가로이 쉬다가 나무 아래에 누워 눈 붙일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요.

그 나무는 누군가의 도끼에 찍힐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해를 입히지도 않고요. 쓸모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통도 없습니다.

_내편 <소요유 >중에서


쓸모가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살아왔던 과거, 쓸모가 자신의 가치를 평가했던 삶을 살아왔기에 쓸모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삶이 곧 끝날 것처럼 두렵기도 하다. 오십이 지나서는 다른 쓸모를 고민하게 된다.


혈기 왕성했던 이십 대, 욕망 가득했던 삼십 대,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과 승부를 겨루던 사십 대를 지나왔기에 사람이든 사물이든 쓸모가 없는 것은 단칼에 버려지는 세상을 살았기 때문에 당연했다.


쓸모를 중시했던 혜자가 장자에게 해준 말이 인상적이다.


"제게 큰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줄기는 울퉁불퉁하고 가지는 비비 꼬여서 지나가는 목수마저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어떤 나무인지 그려진다. 어디에도 쓸데가 없어 버림받는 나무,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나무라고 쓸모가 없는 걸까요?







소요란 목적 없이 여유롭게 노니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혹은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뜻한다. 장자가 말해주는 나무 이야기는 나무의 쓸모에 대해 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평생을 목적 있게, 목표를 갖고 달려왔기에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게을러 보이고 한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자는 목적이 없다고 쓸모가 없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목적지에 다 다르면 갈 곳을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요'라는 단어를 품어야 한다.  목적이나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 장자가 말해주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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