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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Aug 19. 2024

출간을 앞둔 사 남매 가족모임

<기다림은 희망을 낳고> 책 출간을 앞두고 어제 친정에서 사 남매 가족모임이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늦은 오후에 고속도로를 달려서 유성 ic를 지나는데 과거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다행히 성인이 된 조카들도 휴가를 받아 내려왔다. 이모, 고모가 책을 낸 작가라며 환호했다. 올케는 10년이 넘은 캘리 작가인데 자기도 책 출간을 꼭 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연로하신 친정아버지는 우리 집안에 책을 낸 작가는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떠셨다. 겉으로 엄청 기뻐하시지도 않고 뭐라고 핀잔을 주시지도 않았다. 아버지다웠다.


내 이야기를 쓴 책이라니 아버지, 어머니에게 있어서도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아팠던 손가락이었기 때문일까?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하니 부끄러워하셨다. 벌써 지난 일인데 뭐 하러 그랬냐고 묻고 싶으셨겠지만 말을 삼키셨다. 


우리 친정은 대가족으로 다 함께 모이니 스무 명 남짓이었다. 고3 조카와 서울 조카들은 학원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그중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조카, 취업 준비생인 조카, 공익근무 중인 조카 등등 한걸음에 달려와 줘서 부모님들은 흐뭇해하셨다. 


나보다 남편은 책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각 집집마다 할당량을 주니 싫다고 거부도 못하고 난감하며 소주잔으로 건배를 했다. 당연히 그곳에 모인 가족들은 나처럼 책을 전투적으로 읽는 사람도 없거니와 책 쓰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이기에 더했다. 그럼에도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처럼 책을 꾸역꾸역 써 내려갔으니 앞으로 닥칠 일들도 내 업보였다.


책을 쓰면서 출판시장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내 책을 서점에서 만나는 기적을 이뤄낸 나 자신은 지금 무척 떨리고 설렌다. 


가족들, 친구, 선후배,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부담되는지 드러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읽었다.



지금 나는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멈추고 쓰고, 멈추고 쓰기를 반복했듯이 마무리 지은 것에 대한 기쁨으로 즐기기로 했다.


다소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나는 기다렸던 시간만큼 또 기다리고 인내할 수 있다. 책을 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전과 같이 독서모임도 하고, 글쓰기도 하면서 가정에서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해 본다. 


앞으로도 계속 초심을 잃지 말고, 저스트 두 잇!!!






이날 마침 큰 오빠가 생일이어서 생일파티까지 겸하게 됐다. 사 남매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명절 빼고는 거의 드문 일이었다. 형부가 큰 오빠에게 생일당사자이자 집안의 장남으로써 한 마디 하라고 감사의 건배사를 권했다. 이렇게 시작된 건배사는 집집마다 대표를 뽑아서 하다가 막내인 초등생까지 모두 내려왔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내 책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나의 첫째(중3)에게 엄마책의 출간에 대한 축하의 말을 하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아들은 어찌나 긴장했던지 고민에 빠졌다. 곰곰이 바퀴 돌아가더니 다시 아들 차례, 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하면서 만세를 외쳤다.


정말 감동이었다. 이날 건배사하는 가족들은 모두가 사랑합니다를 크게 외치며 노래했다.


분위기가 한 창 숯불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만큼이나 무르익어갈 무렵 방에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어머님의 저녁을 차려드리기 위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장어와 삼겹살이 바삭하니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가서 부모님께 차려드렸다. 식사를 두 분이 오붓하게 하시는 것을 보고 나는 밖으로 나오는데 "와 고모다!!" 하면서 조카들이 소리쳤다.

오빠네 큰 조카가 벌칙을 받고 있는 와중에 자리에 없는 사람이 벌을 받기로 했다는데 그게 나였다.



나보고 "민씨가"에 대해서 삼행시를 하라고 주문했다. 분위기는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웅성웅성 술렁였다. "분명 "씨"에는 욕이 앞에 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내 귀에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빨리 하라고 몰아세웠다. 갑자기 머리가 회전되지 않고 멈춘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도 않았다. 기다려주지 않고 운을 띄우는 바람에 맞춰서 읊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합창을 해서 크게 소리치니 온 마을 쩌렁쩌렁했다.


민 : 민망하게도 집안에 계신 부모님께 상 차려드리고 왔더니 나보고 자리 비웠다는 벌칙이라고 삼행시를 하라네.


씨 :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가 : 가만히 앉아만 있지 말고, 오늘 같은 날에는 분위기 맞춰 신나게 마시고 노는 거야.


라고 즉흥으로 삼행시를 지었는데 온 가족이 손뼉치고 난리였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는데 조카가 핸드폰으로 촬영을 했다. 헐~~

말도 안 되는 삼행시로 가족들은 하하 호호 거리고 건배사의 꼬리물기도 긴 시간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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