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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Sep 09. 2024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김밥의 추억

새벽김사부의 불멸김밥

김밥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어요. 우리 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시절이네요.  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유일하게 소풍날 아니면 먹기 어려운 특별한 음식이었죠. 어머니께서 새벽부터 일어나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김밥을 도시락에 넣어 들고 가던 그 설렘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를 생각하면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사 남매의 김밥을 싸느라 새벽부터 분주하셨죠. 게다가 김밥을 싫어하시는 아버지의 아침 식사까지 준비하느라 더 바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며 '아빠들은 다 김밥을 싫어하나 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의 우리 남편을 보면 그때의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있어요. 우리 남편은 김밥을 정말 좋아해요.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대충 만든 김밥도 엄지 척하며 맛있게 먹어주니 말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취향도, 우리의 생각도 많이 변했나 봐요.


세월이 흘러 이제는 김밥이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김밥집을 찾곤 해요. 얼마 전 우리 동네에 '김사부'라는 새로운 김밥집이 생겼더라고요. 호기심 많은 저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에요.


사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왜냐하면 메뉴선택을 잘못하면 고스란히 내가 책임져야 하고 맛없는 음식을 끼니 채우는 용도로 하고 싶지은 않으니까요.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망설이는 저를 보신 사장님네 부부에게 메뉴에 대한 설명까지도 한참을 들었어요. 저의 뒷모습에서 뭔가를 느끼신 게 틀림없어요. 사장님의 노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이번에도 전에 먹어봤던 '불멸' 김밥을 주문하고 말았어요.



사실 큰맘 먹고 '새벽김사부 프리미엄김밥'을 주문하려 용기 내서 말했는데, 재료가 떨어져 매진됐다고 하더라고요.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맛이 주는 안도감도 있었답니다. 포장된 불멸 김밥을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메뉴판에 스무 가지가 넘는 김밥 종류가 있는데, 내가 먹어본 건 겨우 두 가지뿐이라니.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도전도 많이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어려워졌나 봐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나이에도 아직 도전할 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음에는 용기 내서 새로운 종류의 김밥을 먹어볼 생각이에요. 어쩌면 그게 우리 세대의 작은 모험이 될 수도 있겠죠? 나이 든다고 해서 늘 똑같은 것만 고집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제 집에 와서 김밥을 먹으며 생각했어요. 우리가 살아온 세월만큼 김밥도 참 많이 변했네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김밥을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그 따뜻한 추억이에요. 앞으로는 새로운 맛도 조금씩 시도해 보며, 우리의 추억도 조금씩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입맛이 시대에 맞게 변하지 못해 촌스러운가 봅니다. 엄마가 손수 싸주신 김밥이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으니 속상하네요. 그 맛이 그리운 날이네요. 우리 아이들도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은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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