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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Sep 26. 2024

엄마, 그날의 소풍을 기억하시나요?


오늘 아침, 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에버랜드로 향하는 아이의 들뜬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6시 전부터 일어나 가방을 싸고, 

머리를 감고, 선크림을 바르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의 옛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소풍'이라 불렀다. 

동물원으로 향하는 그날, 

나는 얼마나 설레었을까. 



지금은 현장체험학습이라 말하고, 

수학여행도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달콤 쌉싸름하다. 


엄마 대신 할머니와 함께 간 소풍. 

사자상 앞에서 찍은 사진 속 나의 모습, 

입이 삐죽 나와있는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나 심통 났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얼굴.



그날, 나는 엄마와 함께 온 

친구들이 그토록 부러웠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으며,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엄마와 함께 웃고 떠드는 

친구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왜 우리 엄마는 오지 않으셨을까? 

바빠서 안 오신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서운함과 섭섭함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런 '소풍'이란 말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날의 감정들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참 이상하다. 

즐거웠던 순간들은 쉽게 잊히는데, 

속상하고 섭섭했던 기억은 

왜 이리 또렷하게 남아있는 걸까. 



아마도 엄마는 그날의 일을 기억조차 못하실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시대는 변했다. 

수학여행도 많이 달라졌고, 

소풍날 아침 김밥을 싸주시던 

엄마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매년 봄, 가을로

아이들이 소풍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정성껏 싸주신 김밥 냄새,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뛰놀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동시에, 엄마가 함께 하지 못했던 

그날의 아쉬움도 함께 떠오른다.




우리의 추억은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우리를 찾아온다. 





때로는 아쉬움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섭섭함으로.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우리를 만들어낸 

소중한 조각들임을 깨닫는다. 


아이의 수학여행을 보내며,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소풍'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어떤 추억이 만들어질까? 

그 추억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까?



시간은 흐르고 풍경은 변해도,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날의 '소풍'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 추억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우리를 만나고,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때로는 아픈 기억일지라도, 

그것이 우리를 만든 소중한 

한 조각임을 인정하며 엄마에게 

받은 사랑이 여전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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