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험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물리 법칙에서 과거와 미래는 조금도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래로 가는 시간과 과거로 가는 시간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진짜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몇 분이건, 몇 시간이건, 지속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날 내가 잠시나마 시간을 초월한 경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시간을 의식하면서 시간을 함께 살아갑니다. 우리 인간들은 절대적인 것을 공경하면서 일시적인 것에 얽매여 있다고 하는데 맞는 거 같습니다. 인간은 원자와 분자로 결합된 초신성의 후예들이에요. 유일하게 죽음의 존재를 아는 생명체라고 합니다. 모든 생명체들도 늙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자신이 영원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와 과학, 철학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서 탄생했다고 말하는 슈펭글러의 주장이 흥미롭게도 이해되는 책이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개선되어 왔듯이 필자인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도 후주가 70여 페이지가 실려있습니다.
언어는 인간의 경험, 추상적 사고, 그리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언어가 없었다면, 우리는 원시 시대의 침팬지처럼 단순한 소리나 몸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도구 사용은 공통점이 있었지만, 언어의 발달로 인간은 확연히 다른 발전 경로를 걸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하여 언어의 기원을 연구해 온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와 폴 블룸은 타협적인 언어발생론을 제안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의 생존력이 서서히 높아지면서 언어가 탄생하고 발전했다"라고 합니다.
언어는 우리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언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유명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인 "언어의 한계가 곧 세상의 한계를 의미한다"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생각과 경험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각한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언어로 온전히 표현하고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이고 깊은 경험입니다.
'엔드 오브 타임'의 6장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언어의 중요성과 그 한계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인간 발전의 핵심 도구이지만, 모든 인간 경험을 완벽히 담아낼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언어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진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언어의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이지만 언어의 주기능은 내면의 개념을 구어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외부 소통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류는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는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등장으로 인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고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종교와 예술도 탄생하였습니다.
엔드 오브 타임을 읽으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저자의 시선을 느꼈습니다. 특히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관점이 현대물리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정한 발견은 낯선 지역을 찾아갈 때가 아니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의 눈,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p.339)
어렵기만 한 우주이야기와 물리학자들의 개념과 이론을 읽으면서도 세상을 보는 관점과 지식, 공통점과 패턴 그리고 연결고리를 찾게 된 거 같아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인간에게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경험과 기억을 체계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방과 소통하고 간접 경험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집단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