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여행지 앞에서 우리는 설레기도 하지만 어린아이 와도 같아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가득한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떼지요.
저도 처음 홀로 떠났던 여행에서 그랬어요. 캐리어를 끌고 낯선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마치 어린 시절 엄마 손을 놓치고 길을 잃은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어요.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미리 정보를 수집해요. 블로그 포스팅을 찾아보고,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이고, 먼저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요. 마치 보물지도를 손에 쥔 것처럼, 다른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안전할 거 같은 믿음이 생기니까요. (떠나기 전부터 메모부터 이미 한가득)
여행은 참 신기해요.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천 명의 여행자는 천 개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니까요. 에펠탑 앞에서 누군가는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고, 또 다른 이는 인간의 위대한 도전 정신에 감동을 받아요. 교토의 작은 골목길에서 어떤 이는 고즈넉한 평화를 느끼고, 다른 이는 활기찬 일상의 숨결을 발견하니까요.
이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과 비슷해요.. 제가 좋아하는 마라탕의 혀가 마비되는 얼얼한 맛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강렬하여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을 수가 있고, 제가 싫어하는 느끼하고 꾸리 한 버터치즈향이 가득한 피자는 누군가는 즐길 수 있으니까요.
글도 마찬가지예요. 나에게 감명을 주고, 울림을 주는 주옥같은 글귀가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않아요.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깨달음을 주었다는가 하면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먼저 나를 위해서 써요. 내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 마주쳤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요. 때로는 서툴고, 어설프지만 일기처럼 기억을 하기 위한 글쓰기이기도 해요. 훗날에 그 일기장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일과를 마감하면서 낮에 생각들을 정리한 메모지를 보거나 임시저장한 글을 보면서 글을 다듬어요. 글을 다듬을 때는 특별한 나만의 비법이 있어요.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는 것이지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어색한 문장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그때 저는 소리 내어 읽어봐요. 귀로 들었을 때 자연스럽지 않고 말이 안 되는 부분들, 과장된 조사나 부사 표현들을 삭제해요. 저처럼 읽어보는 방법을 쓰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글을 쓸 때는 한 번에 순식간에 흐름대로 기록하는 게 좋아요.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면 마무리를 못 짓게 되더라고요. 이 글을 쓰려고 한 영감이 식지 않을 목적이 있을 때 한 번에 마무리를 져야 해요. 그리고 다듬을 때는 보태기보다는 지우겠다는 마음으로 수정해요. 그러면 한결 깔끔해져요.
화려한 수식어를 더하기보다는, 불필요한 말, 반복되는 말을 지워가요. 마치 조각가가 돌을 깎아내어 작품을 만들듯이 글도 그 과정에서 더욱 선명해져요. 처음에는 나만의 기록이었던 글이, 어느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져요.
여행도, 글쓰기도 결국 나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었어요. 처음에는 두렵고 낯설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