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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06. 2023

제발 침묵해 줄 수 없겠니?

실패할 때마다 찾아오는 허탈한 마음

내가 모르는 곳에서 더욱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내가 마음과 싸우는 동안 아무도 내게 묻지도 재촉하지도 않는 그런 곳을 생각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내가 찾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탈출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

거친 숨을 몰아쉬고 손짓하며 움직일수록 더 깊숙한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이 웅덩이에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온 신경에 집중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덧없었다. 흩어져 사라져 가는 모래알이 마치 나 같았다. 존재도 없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먼지가 되어갔다.




젊어서 '열정적이다', '긍정적이다'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뱉어내는 말들이 가슴에 응어리 맺혀 점차 돌덩이로 변했다. 내가 알고 있던 단어의 의미는 언제부터인가 해석불가 상태였다. 머리가 고장 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게 놀랍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일에 관심 갖고 쏟아부었던 에너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나를 방관한 채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거세게 몰아붙였던 그런 관계가 주위에 너무 많았다. 나를 그대로 보려고 하고 알아주려는 사람은 언제나 없었다.


숨 막힌 채로 버티며 살았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끝까지 전달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설명해도 내가 겪은 마음의 고통을 겪은 자도 없고 본 자도 없었다.

점차 혼자된 기분을 느낄 때마다 숨 쉬는 게 편했다.

광활한 우주에는 내가 숨 쉴 공간은 단 한 번도 마련해 주지 않은 듯했다.

너무나도 좁은 내 마음이 내 탓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분노하고,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는 마음은 고요한 바다처럼 끝이 없이 늘어져 있었다. 틈새 없이 좁았던 마음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어져 갔다.


나는 점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한 달이란 시간을 흘려보냈다. 또다시 그토록 싫어하던 순간은 반드시 돌아왔다. 물레방아 바퀴가 돌듯 반복되는 이 삶을 끝내고 싶었다. 그 끝이 고통을 줄지, 행복을 줄지는 몰라도 미지의 세계로 탈출하고 싶었다.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 법이기에 묻지도 말고, 기다리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말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의 침묵은 내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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