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Nov 03. 2023

선물과 뇌물 간의 차이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 중에서


                

어느 한 시기를  잡아
조사해 보면,
영국 전체 경제의
7~8퍼센트는
선물용 상품을
생산하는 데 투여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보다
수치가 높을 것이다.
선물 시장은 경기 침체를
거의 모르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가?

그것은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량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물 받는 사람을
보답이라는 의무감에
묶어 놓기 위한 것이다.
 
선물과 뇌물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타적 유전자 중에서

                  (사람풍경을 읽는 중 p.291)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지켜보기





친절이라는 주제의 이야기인데 한동안 내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났다.  나도 친절한 사람이라고 자신했고 그 친절로 타인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친절해야 한다고 택했으니까 말이다.





근래 들어서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라."라는 잠언을 믿는 사람을 의심했는데 지금은 조심해야 하고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게 과잉 친절을 베풀면서 다가왔던 사람은 내게 뭔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해서 접근하는 사람과 자기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겉치레하는 사람이었다. 즉 자기 자신을 사기 치는 사람이었다. 싫어도 좋아하는 척, 취향이 다르면서도 일부러 같은 취향인 척 접근하는 자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이유가 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친절을 베풀면서 오는 사람은 이미지 관리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 친절을 베푼다.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올 호의를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면서 그 일을 계속한다. 계획하고 호의를 베푼다는 말이다. 대신 돌아오지 않는 호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보답받기를 바랐다는 뜻이다.


모든 인간이 모두 이와 같이 생각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내가 베푼 친절과 호의도 되짚어 봐야 했다. 솔직히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보답받기를 원한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상대방에게 강요한 적은 없지만 최소한의 태도, 예의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게 그동안 살아왔던 우리의 문화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위의 <이타적 유전자>로 돌아가서 "평판"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누구나 아량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것만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자산이자 부가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의"는 상대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분노와 적개심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었다. 결론은 호의나 친절은 모두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법이었다.



옛 어른들에게 배우기를 처음 찾아가는 집에는 자그마한 음료수나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행위에도 당사자의 욕망이 배제된 행위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사랑이나 헌신도, 친절이나 호의조차도, 내가 타인에게 베풀었던 친절의 본질을 알게 되자 타인의 친절에 대해 감동하지 않거나 불친절해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내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베푼 호의와 친절은 따뜻하고 온정 넘치는 세상을 기대했지만 본질을 따져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호의에는 보답을 요구하는 무서운 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한 채, 나는 그런 친절이나 호의는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세상과 인간의 속성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순수하게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왜냐면 타인으로 하여금 사기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하니까 말이다.








김형경 작가의 책은 이 책이 두 번째인데 하나의 꼭지마다 일상에서 겪는 나의 생각들을 치유할 수 있고 작가의 시선에 보고 다시 한번 놀랐던 책이다.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심리 공부를 하지 않은 독자들이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심리치유책이다. 더구나 여행지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로 심리치유 기법을 알려줘서 더 의미 깊었고 여러 곳곳을 여행한 김형경 작가가 부러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