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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03. 2023

아빠의  향수

아빠의 파스냄새가 사라질까 두렵다

아빠의 향수는 파스 냄새인데 그 냄새가 사라져 가고 .



어릴 때부터 항상 아빠 곁에 가면  코가 매웠다.  여느 아빠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닌 늘 파스 냄새, 맨소래담 냄새, 안티프라민 냄새로 진동했고 코 끝을 찔렀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런 아빠가 창피했다. 다른 아빠들처럼 머리에 반짝이는 기름칠을 한 모습도 부러웠고 우리 아빠에게서 맡을 수 없는 그 낯선 향기가 어린 마음에 신선했다. 그래도 종종 아빠가 이발소 다녀오면 그 낯선 향기를 잠시나마 맡을 수 있었다.


왜냐면 그날은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해주면서 발라주던 스킨이었으니까 말이다. 머리카락도 얼마나 반짝이는지 윤이 나는지 그런 낯선 아빠가 어색해서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 남매가 아빠를 못 알아볼 정도였으니까.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 곁에서 파스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저 목 뒤나 팔꿈치 등에서 동전파스를 발견할 뿐이다. 어제는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CT 촬영실 앞에서 환복 한 아빠 옆에서 앉아있는데  목덜미 뒤에 붙어있는 동전파스를 발견했다. 예전처럼 파스 냄새는 나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빠의 향수 냄새가 사라진 거 같아 두려웠다.



아빠는 7월 말 옆구리 통증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듣고 종합병원에 가서 신장암 소견을 들었다. 온 가족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이었다. 우리도 이런데 당사자인 아버지는 얼마나 놀랐는지 신변을 정리했다. 누구나 그 강력한 한 단어 "암(癌)"이라는 말만 들어도 죽음과 연결되기 때문에 두렵고 무섭다. 아빠는 오진일 거라고 아닐 거라고 의사를 돌팔이라고 욕하면서도 유튜브에서 신장암을 공부했다. 자신의 증상을 낱낱이 살펴보니 모두 자신이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정했다. 가족간의 의견에 따라 결국 8월 초 수술을 받으셨다. 다행히 초기라서 복강경 수술로 진행했고, 회복도 빨랐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아빠의 얼굴의 주름살은 더 많아졌고 더 쪼글쪼글 해졌다. 젊어서는 누구나 그렇듯 풍채도 좋고 동네에서 천하장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건장했는데  긴 세월이 아빠를 이렇게 변하게 한 거 같아 야속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것을 온몸 통증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면서 옛 추억을 회상했다. 한동안 아버지를 원망도 많이 하고 미워했는데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면서 뜻대로 되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을 겪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의 뜻을 헤아리다니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렇게 그동안 엉켰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낼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세월이 좋아져 냄새나는 파스가 사라졌지만 아버지의 향수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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