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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22. 2023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어라


몸이 아프면 마음도 수척해지듯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장난 어깨와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다. 최대한 집과 가깝고 차가 없으니 아무리 용한 곳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네**에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동네에 교통사고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한의원이 많았다. 요즘은 정보가 열린 세상 아닌가? 곧바로 동네 맘 카페에서 검색하고 주변 엄마들의 정보를 떠올리며 까다롭게 선택했다. 후기 평이 아주 좋았다. 첫날부터 한의원 입구에서는 한약재 냄새로 몸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의원 원장님의 따뜻한 미소로 전혀 낯설지 않았다. 직원분의 친절한 안내로 금세 편해졌다. 내 얼굴과 행동에 묻어 나오는 불안과 불만을 일찍이 눈치채신 거 같았다. 사고로 내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의 언어들이 튀어나오고 자꾸만 나의 감정들을 감당할 수 없게 뒤흔들고 있었다. 몸이 아프니 좋은 긍정 에너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왜 아픈 사람들이 우울한지 내가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사고 직후 치료가 덜 된 상태에서 퇴원을 한 이유도 물어주셔서 답했고, 엄마이기 때문에 애들걱정, 남편 걱정으로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게 당연한 거라며 보다듬어주셨다. 엄마의 일이 쉬워보여도 쉽지만은 않다며위로해 주셨다. 역시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신 원장님은 교통사고에 대한 대응요령도 알려주셨다. 마치 딸에게 알려주듯 진실함이 느껴졌다. 친절함을 몸에 배어 있어서 말 한마디로 은혜를 갚듯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그 따뜻한 관심으로 속상하고 억울한 감정을 공감해 주니 화는 조금 누그러들었고, 몸을 빨리 치료하는데 집중하라고 하셨다.



<임재범의 7집의 "위로"도 죽고 싶은 사람을 살린 노래라고 한다. 타이틀곡이 바뀌기까지 했다.>



정말 사람들은 죽고 싶을 때도 누군가의 위로와 노래로도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원장님은 허리와 어깨 치료뿐 아니라 상처받은 불안과 분노의 감정도 치료해 주셨다. 동네 한의원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니었다. 대형 한방병원보다 더 친절했고, 환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관심을 가지며 치료에 정성을 다하는 게 느껴졌다.

  

교통사고로 아픈 며느리를 김장해야 한다며 부르시는 시어머님이 섭섭하다며 절대로 딸에게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불편한 마음을 토로하니 원장님은 한 말씀 조언해 주셨다.
인생 살면서 편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방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어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부처님이든 예수님이든 인생의 종이 아닌 주인으로 살라고 했다.

누가 나보고 5리를 가자고 하면
가자는 사람이 주인이 되고
내가 종이 된다.
하지만 "내가 10리를 가줄게"라고 마음을 내어버리면
내가 주인이 됩니다.
어떻게 내 인생의 주인으로 전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_성경구절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줘라'라는 마음으로 해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포스팅한 "보왕삼매론"이 생각났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십계명이었다.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주신 원장님께 감사하다. 몸도 아픈 나와 팔순이 다되는 시부모님을 외면할 수는 없어 나는 남편과 김장을 도우러 가기로 했다.

그렇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이 낳고도 밭 매러 가셨던 세대이시다. 지금 아픈 타박상과 놀란건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마음과 몸이 홀가분했다.
차츰 마음도 몸도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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