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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23. 2023

날씨와 감정의 관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사진 = 넷플릭스제공)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안개도 자욱하고 시야가 좁아져 운전하기가 더 어려웠다.

마치 매일 아침 시동을 켜면 자동으로 안내하는 '오늘의 날씨'를 들을 때마다 '나의 기분은 어떻니?'로 들린다. 참, 사람이 간사하게도 날씨가 맑고 화창하면 일단 기분이 업된다.

어디든지 달려 나가 놀고 싶고, 자연으로 소풍 가고 싶어 진다. 현실은 출근해야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눈뜨자마자 어둠이 짙고 아침인지 분간이 안 가서 시계를 보니 5시, 조금 더 누웠다가 7시에 일어났는데 이런 날은 출근도 안 하고 싶고, 이불속에 있고 싶다.

만약 약속이 있다 해도 핑계 대고 미루고 싶고 때론 취소하고 싶다. 집 밖을 나가기 싫다는 말이다.




이렇게 작은 날씨변화에도 감정조절이 들쭉날쭉한 나는 이렇게 중년의 나이가 먹어도 카멜레온처럼 순간순간 변한다. 그렇다면 초등딸과 중학생 아들도 오늘 같은 날씨라면 나와 같을까? 아니면 남편도 그러할까?


참 나이 들수록 이기적으로 변한다더니 내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모르게 짜증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뒷감당은 항상 나의 몫인데 3초만 참아도 '미안해'라며 아쉬운 사과를 안 해도 되는데 갱년기인지 참지 못한다. 그렇게 느긋하던 내가 달라졌다며 남편은 사춘기와 갱년기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우습다고 했다.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이유 없이 화를 내실 때는 억울하기만 했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나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게 참 서글프다.


 왜 이런 것은 미리 배울 수 없고,

미리 짐작할 수 없는 걸까?


하기사 아무리 책으로 읽고, 영상으로 배워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배웠던 거든, 익혔던 거든, 나와 다른 내가 되어 돌발행동을 한다. 마치 뇌가 없는 파충류처럼 말이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며칠 전 딸이 추천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

엄마가 보면 엄청 좋아할 만한 드라마일 거라며 적극 추천했다. 자기도 봤는데 울었다며 슬프다고 고백했다.



사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한 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조심하던 차였다. (한번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밤새는지 모르고 빠져들기 때문에 그다음 날까지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드라마도 눈물 없이 볼 수 없고, 웃음도 주고, 잔잔한 감동도 주는 드라마였다.(주말 내내 봄)  드라마를 먼저 본 딸의 스포가 있었지만 딸의 자존감은 올라갔다.



웹툰 드라마로 유명했던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충격도 있었지만 주위에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신병은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병이라고 알려줬다. 주인공 간호사가 환자의 자살을 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그 후로 치료는 됐지만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까지의 두려움에 시달린다.


사회에서 정신병을 향한 사회적 낙인에 대해서 꼬집는다. 이 부분에서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숨어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병은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병이라는 말에 끄덕였다.



p.s. 이 드라마는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좋아한다. 특히 엄마들이 그렇다.





아침이 오는 것에 대한 감정은 내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척도였다.

제목을 봐도 정신병동에서의 '아침'의 의미는 중요했다. 정신병동에 커튼이 없다는 사실도 이해됐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타인에게 보여주는 배려와 행동들이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모두 행복해 보이고 평범해 보인다. 말하지 않으면 그 깊은 상처까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매사에 신경 써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한 마디의 말이라도 가족, 지인, 동료들에게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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