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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24. 2023

엄마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나

문장 공부 -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1) 원문장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 내가 전쟁터에서 돌아올 즈음에는, 아니 내주 주말에는 저이들은 나를 모르고, 기억조차 하지 않으며, 불빛이나 소음이나 바람의 부분으로 나를 끼워 넣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만나지 못할지라도 그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여자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던 키 큰 중위의 웃음을 나는 생생히 떠올릴 것이다. 그 여자의 깡충거리던 작별의 동작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에 회한 덩어리의 나의 시대와 작별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것들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내가 가끔 못 견디도록 시달리는 것은 삶의 그러한 편린들에 의해서이다.   








2) 나의 문장


- 남편과 자식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던 젊은 시절을 우리 엄마는 예뻤다.  아빠는 엄마가 너무 예뻐서 다른 것은 안 보고 데려왔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얼굴에 고왔던 엄마는 자식을 낳고 기르며 자신을 가꾸는 일을 사치라 생각했다.  

엄마에게 가장 꽃처럼 예쁜 날을 자식만 바라보며 젊은 날을 보내는 게 아주 당연했던 시절이다.



이제야 사 남매를 다 키우고 먹고살 만한 여유를 찾고 나니 애석하게도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엄마는 많은 게 달라졌다. 다행히 몸은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완벽하게 전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늘어난 주름살과 지워지는 기억력이었다.


몇 년 전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믿을 수 없다며 인정하기 싫은 것이 바로 치매였다.  나이 들면 다 걸리는 노인병이라고 하지만 막상 우리 엄마가 그렇다니 할 말을 잃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평생 남편과 자식만 보고 살았는데 돌아오는 것이 치매라니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당사자는 모르고 있다니 더 아팠다.







왜 우리 엄마는 뭐가 그렇게 한이 서려 자식들과 함께했던 추억까지 다 지워버리고 있는 걸까. 차라리 다른 병이면 좋았을걸.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엄마를 보면 너무 애쓰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각자 잘 살 테니까 나도 나를 돌보며 가꾸며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독한 마음이 올라온다. 나도 엄마의 자식이지만 어린 시절 좋았던 기억은 아주 조금뿐이고 속상했던 일, 억울했던 일, 슬펐던 일만 기억하니까 말이다. 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쉽게 잊히는 것일까?



평생 나를 든든하게 지켜준 엄마가 나를 기억 속에서 지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거칠고 쪼그라든 손을 잡으니 부드러웠던 엄마의 손이 아닌  나무껍질처럼 건조하고 투박한 손이 내 손을 감싼다. 엄마는 나를 어디까지 기억할까. 엄마가  나를 몇 살로 기억할까. 나도 이제는 엄마의 가장 젊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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