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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13. 2023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 주어라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 주어라.

_성경 말씀




몸이 아프면 마음도 수척해지듯 잔뜩 가시를 세운 나는 어깨와 허리를 치료할 한의원을 찾았다. 최대한 집과 가깝고 차가 없으니 아무리 용한 곳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네**에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동네에 한의원이 많았다. 요즘은 정보가 열린 세상 아닌가? 곧바로 동네 맘 카페에서 검색하고 주변 엄마들의 정보를 떠올리며 까다롭게 선택했다. 후기 평이 아주 좋았다. 첫날부터 한의원 입구에서는  한약재 냄새로 몸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의원 원장님의 따뜻한 미소로 전혀 낯설지 않았다. 직원분의 친절한 안내로 금세 편해졌다. 내 얼굴과 행동에 묻어 나오는 불안과 불만을 일찍이 눈치채신 거 같았다.  사고로 내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의 언어들이 한숨처럼 튀어나오고 자꾸만 나의 감정들을 감당할 수 없게 뒤흔들고 있었다. 몸이 아프니 좋은 긍정 에너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왜 아픈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아픈지 알 거 같다.


사고 직후 치료가 덜 된 상태에서 퇴원을 한 이유도 물어봐 주셔서 감사했다.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리 집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라고 말하니, 엄마란 그런 걱정이 기본이라며 위로해 주셨다. 역시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신 원장님은  교통사고에 대한 대응요령도 알려주셨다. 마치 자신의 딸처럼 대하듯 말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병원이라 더 애착이 갔다. 원장님이나 직원분의 친절함은 이미 몸에 배어 있어서  말 한마디가 따뜻했다. 그 따뜻한 관심으로 속상한 감정을 공감해 주니 화는 조금 누그러들었고, 몸을 빨리 치료하는데 집중하라고 하셨다.







정말 사람들은 죽고 싶을 때도 누군가의 위로와 노래로도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원장님은 허리와 어깨 치료뿐 아니라 상처받은 불안과 분노의 감정도 치료해 주셨다. 동네 한의원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니었다. 대형 한방병원보다 더 친절했고, 환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관심을 가지며 치료에 정성을 다하는 게 느껴졌다. 

  

내일 김장이라 시어머님이 오라는 말씀에 마음이 불편했던 사연을 토로하니 원장님은 한 말씀 조언해 주셨다. 인생 살면서 편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방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10리를 가자고 하면 30리를 가 주겠다"라는 마음으로 해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보왕삼매론"이 생각났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십계명이었다.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주신 원장님께 감사했다. 몸도 아픈 나와 팔순이 다되는 시부모님을 외면할 수는 없어 나는 오늘 남편과 김장을 도우러 가기로 했다.

그렇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이 낳고도 밭 매러 가셨던 세대이시다. 지금 아픈 타박상과 놀란 건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오늘 병원 다녀오면서 마음과 몸이 홀가분했다. 차츰 마음도 몸도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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