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 초 모협 스님이 저술한 『보왕삼매 염불 직지』의 총 22편 중 17편에 실린 『십 대 애행』에서 발췌하여 단순화시킨 가르침이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설한 내용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열 가지 바람에 대해 “바라지 말라”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써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보왕」은 '보배롭다'라는 뜻이고, 「삼매」는 '마음을 모아 잘 집중하는 삶'을 뜻하며, 「론」은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오직 바르고 밝은 마음 하나로 집중하여 인생을 사는 사람은 보배로운 삶의 경지를 이룬다는 말이다.
『여덟 단어』는 내가 좋아하는 박웅현 작가의 책이다. 3년 전에 읽은 후에 작년과 올해 들어 계속 읽게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나의 씨앗 도서이자 인생 책이기도 하다. 인문학의 고전이 될 듯하다. 한동안 집에만 누워 있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현재의 상황에 맞게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몸은 유기체인데,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고 나이 먹으면서 노화가 오는데 어떻게 병이 없겠습니까?
_여덟 단어 p.218
보왕삼매론 풀이
①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약을 삼으라.
②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생각이 드나니, 근심과 곤란으로 살아가라.
③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④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에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굳지 못하나니, 마로써 수행의 벗을 삼으라.
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이 경솔하나니, 어려움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⑥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나의 이로움만 생각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진실로서 사귐을 길게 하라.
⑦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내 마음이 교만해지니,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친구로 삼으라.
⑧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돌아올 것을 바라면 도모하게 되나니, 베푼 뒤에는 모두 잊어라.
⑨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적은 이익에도 넉넉한 부자가 돼라.
⑩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억울함을 밝히려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으라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평생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원치 않은 방향대로 흘러 누명을 쓰기도 하고 험난할 길을 가기도 한다. 인생은 절대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낙방하기도 하고 우연찮게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여 인생이 확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인생은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당해서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하고, 평생 고생스러운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나도 얼마 전의 사고로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말로 '액땜했다'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 '왜 하필 나야?'라며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는데 보왕삼매론을 읽다 보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잔잔해졌다. 열 번째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라는 뜻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가장 첫 번째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라는 "염신불구무명(念身不求無病)"이라고 명을 약으로 삼으라고 했다. '무병장수(無病長壽)'라는 말은 말이 안 된다고 하였다. 무병장수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요절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병장수(一病長壽)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병으로 인해서 평생 자신의 몸을 아껴서 사용함으로써 장수한다는 뜻이다. 나도 이번 기회에 건강하다는 자만을 버리고 내 몸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내 몸을 챙기는 뜻으로 여겨졌다. 가족도 돌보고 주위 사람도 돌보고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라는 가르침이라고 깨달았다. 사고는 순간이지만 남겨진 메시지는 여러 가지였다.
지금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깨닫게 되었고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한동안 침묵했지만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내 옆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