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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21. 2023

고슴도치 딜레마




작년 9월에 고슴도치를 입양했다. 딸이 원한 일이였지만 1년 넘게 고슴도치를 돌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넘게 고슴도치 집사노릇을 하며 느낀 점이 있었다. 우리 고슴도치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건지 아니면 상처받기 싫어서 일부러 정을 나누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사람들이 상처받기가 두려워 처음부터 관계를 쌓아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필이면 왜 고슴도치를 분양하고 싶었는지 딸에게 물었고 딸은 아주 쿨하게 답변했다.

"엄마! 다른 동물들은 해 줘야할 게 많아. 강아지는 산책해 줘야 하고, 고양이는 놀아줘야 하는데 고슴도치는 주인을 귀찮게 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고슴도치에게 엄마노릇하고 싶거든. 1년 정도 고슴도치를 키워보니 맞는 말이었다. 고슴도치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활동해서 배변패드만 교체해주고, 물과 사료만 리필해주면 끝이었다.

낮에는 계속 잠만 쿨쿨 자서 얼굴보기도 힘들었다. 고슴도치는 독립적인 동물이었다. 

자기 스스로 일어나서 밥 먹고, 물 먹고, 놀고 싶으면 스스로  쳇바퀴 타고 혼자 놀기의 독보적인 달인이었다. 움직이는 반경이 정말 작았다.









누군가와 관계맺기 위해서 상대에 맞춰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랐다.하지만 고슴도치가 아닌 다른 동물들은 서로 상호간의 소통은 되는 것처럼 보여 우리 집 고슴도치가 아쉬울 때도 있었다. 자기 주인을 따르고 핑퐁하는 관계를 맺고자 했던 게 나의 그릇된 생각이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소품과 부록>에서 인간관계의 특징을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사회의 필요가 '인간 고슴도치'를 함께 몰아가지만, 인간 본성의 까칠하고 불쾌한 특성 때문에 서로 반발할 뿐이라고 했다.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조금은 냉소적인 표현같아 보이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고 말한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어느 곳이든 속하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다른 이들과 함께 하자니 피곤한 내적 갈등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막상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고민하고 걱정할 거리가 생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를 반복하는 게 인간들이 살아가는 관계다. 

고슴도치들은 추위에 민감하다. 적당한 온도를 맞춰저야 해서 일부러 실내 공기를 훈훈하게 해줘야 한다. 야생에서 사는 고슴도치 가족들은 체온을 나누기 위해서 모여든다. 그런데 가시가 서로를 찔러대 도저히 가까이 있을 수 없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혼자 살기에 외로워 가까이 다가가지만 그 관계속에서 상처 받아도 다시 가까이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1921년 오스트리아에서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고슴도치의 딜레마'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친밀감에 대한 욕구와 상처받지 않고 싶은 욕구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정의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친밀감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집단생활에서 추방되면 우리는 위험에 노출돼 곧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뇌에서 위기 경보를 울린다. 몸에 이상이 생겨도 뇌는 반응하셔 신호를 보낸다. 그만큼 대인관계는 중요해서 간과할 수 없다.

친밀한 인간 관계가 서툰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죄책감, 질투, 우울, 불안, 분노 등을 훨씬 더 경험한다. 심지어는 뇌에 이상이 생겨 마음의 병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날 지지해주는 딱 한 명의 지지자만 있어도 상처받고 삐뚤어는 마음이 훨씬 줄어 들 수 있얼 것이다. 각박해지고 개인주의로 바뀌는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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