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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09. 2023

요즘 고민은 주름

성형외과에 다녀와서



요즘 들어 병원에 드나들 일이 많아졌다.

치과, 재활의학과, 안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등

건강검진을 제외하고 말이다.



교통사고 합의를 위해 작년에 입술을 꿰맸던 곳에 쌀알처럼 작은 것이 아있어 성형외과를 가기로 예약했다.


희한하게도 성형외과에 예약한 후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루에 양치를 세 번 하듯 거울도 딱 세 번 봤는데 예약 후로 자주 들여다봤다. 늘 보던 얼굴인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양쪽 눈가 주름, 이마의 주름, 입가의 팔자 주름이 거슬렸다.  성형외과라 그런지 시술부위를 사진을 찍어서 내라고 했지만 지인소개로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규정은 사진을 보고 예약을 잡는다고 했다.


요즘 병원이 쌍꺼풀 수술 외에도 겨울이라 성수기라서 급하시면 다른 병원으로 가도 좋다는 말에 살짝 고민했다. (내심 속으로 내 수술은 돈이 안 되는 수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느 누구도 이 나이 먹으면 짐작할 일이니까

서운함이 밀려왔다. 안 그래도 다른 것도 물어볼 심산이었는데 나를 거부하다니  ㅠ.ㅠ





이왕 병원에 왔으니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 물었다.

눈가  주름과 팔자 주름에 대해서만 여쭈었다,

상담실장은 앵무새처럼 국산과 수입의 약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마 주름에는 보톡스를 맞는 게 좋다고 했다.  라섹 수술 이후 안구 건조증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을 자주 치켜뜨는 버릇이 있었는지 알려줘서 알았다. 내 습관을 알게 되다니.  가만히 살펴보니 이마 주름도 꽤 깊어 보였다.


게대가 볼살이 없어서 얼굴이 길어 보여서

순간 슬퍼졌다. 얼굴 하나하나 뜯어보니

진퇴양난이었다. 또한 웃어도 생기고 무표정을 지어도 표시 나는 팔자 주름은 어쩔 건가?


분명 성형외과를 상담 가면 전문가들의 눈에는

얼굴을 슬쩍만 스캔해 견적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게을러서 관리도 안 하는 아줌마라는

꼬리표가 붙을 게 뻔다. 상담을 하고 나오는데 다쳤던 입술에 대한 이야기는 딱 잘라서 그 병원에서는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일절 교통사고에 관련된 사항에서는 어떤 것도 못해준다는 결론이다.




상담 시에 들었던 보톡스, 필러의 단어가 귓전에 머무른다. 한번 들어온 그 단어의 의미가 잊히지 않는다.


​계속 빙빙 떠오르는 단어들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아예 나갈 마음이 없는 건가?


알게 되면 병이 된다고 금세 콤플렉스가 됐다.

저녁에 장 보러 마트를 갔는데 내 나이 또래의 여성의 이마만 보였다. 그녀들은 신기하게

주름이 없고 팽팽해 보였다. 그녀들도 성형외과에서 뭘 했나 의심했다.


​​

여자는 언제나 가꿔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지당한 말씀이 이렇게 흔들릴 줄이야. 이제는 민낯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죄스러운 일이란 싶었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그 말의 뜻이 이해다.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발라도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거였다.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나이 들기가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다. 얼굴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왔는데 무섭다.


사진출처 : 언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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