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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08. 2023

문장 공부 읽기의 말들(박총)

말의 농도(언어의 농도)



1) 원문장

(박총 - 읽기의 말들)


 “비료는 묽게 줘야지.”

죽은 화분을 들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 어린 내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진하게 거름을 주면 비실비실하던 화초가 벌떡 일어날 거라 믿었다.

생각이 짧았다. 액비의 농도가 높으면 뿌리 안의 수액이 도리어 빠져나온다는 걸 몰랐다.

나중에 학교 생물 시간에 ‘아, 그게 삼투압 현상이구나!’하며 무지를 탓했다.


우리를 둘러싼 말의 농도가 진하다.

‘자기 계발에 소홀하면 도태된다, 뱃살은 자리 관리의 실패다,

중학교 이전에 인생이 결정 난다.’ 등 고농도의 문장이 곳곳에 출렁인다.

내면의 농도가 어지간하게 높지 않으면 내 몸의 수액을 세상에 다 빨릴 태세다.








2) 나의 문장


책 읽기는 내 안에 깃든 언어의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가 매일 책을 읽고, 밖으로 내뱉고 안으로 삼키는 말의 농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의미 있게 내뱉는 말, 의미 없이 내뱉는 말들까지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밖으로 내뿜는다.

분노에 가득 찬 언어로 뱉어낸 사람은 후련할지 몰라도 그 말을 듣고 삼켜야 하는 상대가 열등감이 없는 사람이면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열등감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영원한 적으로 돌변한다. 매일 사용하는 내 언어를 연습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조심하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내 것으로 취할지 버릴지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말은 한번 내 뱉으면 쏟아진 컵의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주위를 살펴보면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고심한 끝에 말을 꺼내는 사람 있다.

그들은 들리는 대로 자기 것으로 취하지도 않고 즉시 답하여 생채기를 남기면서도 자신은 상처를 준지도 모른다.  




  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한때라도 놓아 버리면
그 만큼 덕성이 풀어진다.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늘 있게 되고,
책을 읽지 않으면
마침내 의리를 보더라도
보이지 않게 된다.

_장횡거







말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이 좋다
이 정도의 말은
서로 웃을 수 있는 농담조이고,
이 정도의 말은
상대방이 아플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감의 정도가  비슷한 사람.

_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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