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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Dec 08. 2023

거실에서 사라진 크리스마스트리

집 밖에만 나오면 보인다 보여~~


12월에는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기다리고 있다.

한 달 내내 우리는 거리나 집에서도 즐긴다.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느닷없이 방문해도 12월이면 거실 한구석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베란다 큰 유리창에도 반짝이는 전구가 줄줄이 매달아 까만 어둠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못 찾을까 봐 내비게이션처럼 우리 집에도 아기천사들이 있다고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에 큰 별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아주 커다란 빨간 양말까지 매달려 있은 것은 기본 센스였다. 우리 집에도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산타 할아버지가 현관 앞까지 커다랗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방문했었다. (그건 엄마, 아빠가 포장해서 보냈다는 것을 알까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당연히 그 산타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속았듯 크리스마스이브마다 선물을 기다렸다.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려있는  양말을 매일매일 확인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아이들도 양말에 선물을 넣고 가는 사람이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 점점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은 사라진 듯 보였지만 선물을 똑같이 기다리고 기대했다.  부모들은 알면서도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5월의 어린이날처럼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안 해주면 우리 아이만 못 받을까 하는 서운함 때문인지 그것도 엄마 아빠의 마음이었다.






우리 집에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 않는다. 거실 한 부분을 차지하던 트리 나무도 사라졌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펜션 운영까지 하면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여러 개 만들어야 했다. 우리가 사는 집에도 펜션 내부에도 펜션 마당에도 12월이 오기도 전에 준비물을 구매하거나 전년도에 쓰고 잘 뒀던 포장 상자를 꺼내서 매달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기쁜 일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리스마스에 대해 감각도 사라진 듯 보였지만 선물은 바랬다. 그러면서 거실에 은구슬, 금구슬도 달지 않고 베란다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매달지 않아도 왜 안 달았냐고 하는 아이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일이 하나둘 줄었다. 아이가 기침을 해서 병원에 가려고 사거리 신호등에서 대기하는데 거리에 온통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었다.


가게 앞에도 공원에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미리미리 장식을 해 놓았다. 거리는 예전보다 훨씬 밝고 예뻐졌지만 내심 동심이 사라진 우리 아이들이 다 자랐구나 싶었다.







나도 이제는 늙었나 보다. '아! 예쁘다'가 아니라 나무 돌돌 말아 놓은 크리스마스 전구들이 나무에 고통을 주지 않을 가하는 생각이 든다. 전혀 나무생각을 하지 않았던 내가 어느새 자연을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꼰대의 길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백화점 외관에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는 감탄을 연발하면서 작은 공원의 트리는 꼭 나 같아 보였다.



작년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안 해도 아이들은 왜 우리 집에 트리 안 만드냐며 묻는 아이가 없었다. 중학생, 초등 고학년이 되니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다. 거실이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생활무대였던 아이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밥 먹으라고 소리 질러야 나오니 참 잘 자라주었다. 그 에어팟인가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는지 유튜브를 보는지 몰라도 내 목소리만 득음하게 만드는 사춘기 아이들이다.



거실에서 사라진 트리가 아쉬운 마음에 글을 썼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자랐다는 생각을 하니 나의 마음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뛰어도 따라가기 힘든 핵개인 시대에 과거는 추억으로 앨범에 넣어두고 내년을 희망차게 그려봐야겠다.








평생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면서는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었다.

당신도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_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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