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비 Nov 18. 2021

아이패드를 구입했습니다.

뒤늦은 아이패드 프로 적응기



아이패드와의 첫만남

아이패드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당시 회사에서 증권사어플의 태블릿 UX를 컨설팅 하기 위해 사용하던 구구구형모델이었다. 특화된 앱도 그다지 없었기에 큰 화면을 가진 아이폰이라는 느낌이어서 구매욕구는 제로에 가까웠다.

내 아이패드를 가지게 된 건 2013년이다. 한층 얇아지고 세련되게 태어난 아이패드를 보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사전 예약구매한 아이패드 에어 1세대였다. 쓸모는 딱히. 일종의 장난감에 가까웠다. 게임머신이기도 했고. 한동안 방치되다가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의 동영상 시청 및 교육 목적으로 사용했었으나 약 2년 전 아들이 떨어트려 화면과 액정이 깨진 김에 그냥 버렸다. 고치는 비용이 중고가만도 못할 게 뻔했으니까.



갑자기 아이패드를 갖고 싶어진 건 아니다.

아니, 사실 맞다. 애플에서 M1프로세서를 발표한 이후 처음엔 맥북에어에 눈독을 들였다. 오래된 맥북프로(2014 mid)를 처분하고 M1 맥북에어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다 같은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에 눈이 갔다. 더 작고, 터치도 가능하며, 펜슬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에어보다 가격은 좀 더 줘야 했지만 활용도에서 볼 때 패드가 맞다고 판단했다. 마음을 정한 이상 고민은 길지 않았고 2021년 9월, 생일을 핑계로 드디어 아이패드 프로를 장만했다. 물론 맥북에어라면 들지 않을 비용 +@가 더 발생했다. 필기를 위한 애플펜슬도 사야하고 글을 쓰기 위해 터치패드가 달린 매직키보드까지 샀으니까. 이미 맥북에어 깡통 모델의 두 배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 것 같지만… 잘 쓰면 그만 아닐까. 거기다 맥북프로를 처분한 돈도 있었으니까 추가 비용은 애플펜슬 정도라고!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제품 비교 관점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3세대) vs 맥북프로 13인치 (2014 mid)

기본적으로 맥북에어를 사려다 구입한 패드인 만큼, 모든 장점과 단점은 전에 사용했던 맥북 프로 2014 mid 13인치와의 비교에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몇 년의 갭이 있는만큼 단순한 성능 비교는 의미가 없으므로 패스, 사용성과 활용에 대해서만 비교해보고자 한다.



장점

자유로운 이동

뜨겁지 않다. 심지어 무릎 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건 엄청난 장점이다. 아이를 재우면서 글을 쓸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다. 물론 눈에는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겠지만. 침대에 엎드려서 쓰기 좋다. 몸에는 안좋겠지만. 심지어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다. 미안해, 나의 목 어깨 가슴 팔아.

가볍다.

맥북 프로는 랩탑이므로 당연하게도 키보드가 달려있다. 무게도 상당하고 단순 서핑만 하기에 키보드 부분은 너무나 거추장스럽다. 가벼우면서도 봐줄만한 스크린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패드 12.9인치는 너무나 거대하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mini LED가 탐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돈은 티비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고화질의 기기로 디자인이나 작품을 만드는 등의 생산활동을 할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패드를 통해 하는 생산적 활동은 기껏해야 글쓰기 정도다.

자유로운 변형

인터넷 서핑에는 터치패드보다 스크린을 터치해서 사용하는 편이 손목도 편하고 편의성도  좋다. 글작성이 필요하다면 매직키보드에 붙여서 작성하면 되고, 단순 서핑 시에는 매직키보드를 떼버리면 그만이니까 맥북프로를  때보다 제품에  손이 갔다.

발열

아예 없다. 맥북처럼 쌩으로 사용해서 알루미늄 바디가 닿았다면 차가울 정도다. 패드라서, 거기다 매직키보드까지 장착되어 있어서 케이스를 씌웠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그대로 몸에 닿았으면 쓸 때마다 춥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오바가 오바가 아니다. 진심). 기존 맥북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온도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아이패드 8세대(아들 소유)와 인텔 맥북프로 16인치(남편 소유)의 발열과 비교해도 월등히 차이가 난다. 특히 맥북의 발열과 함께 이륙하는 소리는 공항에 와있는 듯 했으니까.




단점

사악한 가격

보호필름이나 케이스, 파우치 같은 보조적인 용품은 제외하고 순수 사용에 필요한 가격만 계산해보자. 아이패드 본체 가격에 매직 키보드, 그리고 애플 펜슬까지. 사실 사지 않으려면 매직키보드나 애플 펜슬이나  사지 않을  있다. 하지만 패드를 랩탑으로서, 그리고 태블릿으로서도 온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입이 불가피한 제품들이다. 애플답게 각각 제품의 가격이 상당하다. 쿠폰과 핫딜과 포인트를 박박 긁어서 구매비용을 낮추고 낮췄지만 그럼에도 비싼  사실이다. 모든 장점을 상쇄하는 것도 가능할만큼.

고사양

위에서 발열과 빠릿한 속도를 칭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패드이기 때문에 오버스펙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패드로 뭘 하는가 사용패턴을 체크해보면 동영상 보기, 글쓰기, 간단한 그림 그리기 정도가 다인 탓에 넘치는 성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의 맥북에어를 샀다고 한들 용도는 비슷하기에(심지어 맥북에어에서 그림그리기는 불가능) 그 아쉬운 점을 합리화할 수 있다. 영상을 만들거나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11인치는 매우 아쉬울 수 있다. 큰 화면과 mini LED가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11인치는 상대적으로 계륵이라는 느낌. 전문가에겐 부족하고, 일반인에겐 넘친다.



의외인 점

사파리에서 새로 로그인을 할 때마다 정보가 맥OS로 인식된다는 점. 앱에서 로그인을 하면 아이패드로 인식하지만 사파리는 Mac OS X 라고 인식하는 것이 신기했다. 역시 처음 내 구매 목적과 일치하게 아이패드 프로는 터치되는 맥북인 거신가. 그렇다면 더욱 나의 안목과 통찰력에 만족하게 되는걸!


앱을 통한 로그인(좌)과 사파리를 통한 로그인(우)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왜 그냥 Mac OS를 얹지 않고 Pad OS를 만든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이드카 기능이나 로그인 시 인식되는 OS가 Mac 인 것을 보면 충분히 통합을 염두해 두고 만든 게 아닌가 하는 비개발자의 짧은 견해와 아쉬움을 뒤로 하며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고장나지 않는 이상 패드는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무려 노인학대의 애플 아닌가), 그 안에 어떻게 방향성이 변화될 지는 알 수 없으니까.





아이패드에 만족하고 잘 쓰고 있는 걸 보며 남편도 더는 말을 하지 않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거나 노션, 키노트 등 다양한 앱을 쓸 때도 만족스럽다. 펜슬을 활용한 굿노트는 말할 것도 없다. 굿노트는 기획을 위한 간단한 스케치에 최고다. 다만 브런치 앱은 패드에서 별로. 글 작성은 그렇다 쳐도 편집 기능을 보면 아이폰에 최적화된 듯 하다. 차라리 크롬 앱을 다운받아 브런치 사이트에서 직접 작성하는 게 편하다.


서식 기능을 눌렀을 때 화면. 패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거대한 서식 메뉴의 압박;;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곱다.

기존에 가볍게 사용하던 맥북을 대체하기에 매우 좋다. 거기다 추가 아이템을 장착하면서 기능이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이 아주 만족스럽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격은 외면한다). 하얀 매직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는 영롱하기까지 하다. 아무튼 패드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오래오래 쓰는 걸로.


매직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는 영롱 그 자체





매거진의 이전글 화성에서 온 개발자, 금성에서 온 기획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