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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비 Sep 26. 2022

힘을 내요 미스타김

기획자의 매너리즘


한 번은 점심식사를 하다 문득 전에 했던 생각에 대해 개발자(1n년차, 재택근무 중) 남편에게 물었다.



님네 서비스에서 이러이러한 데이터 수집 가능요?

- ㅇ 가능

돼 있음?

- ㄴㄴ

왜? 그게 구현이 어려움?

- 하…

그럼 님네 회사 PO들은 이러이러한 기능들에 대해 얘기한 적 있음?

- 하… (222)



그 뒤로 남편은 아주 길고 장황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대략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며 건성이다.

그럴 수 있다. 기획자는 그럴 수 있고 개발자가 보기에 그래 보일 수도 있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마련이고 그 최전선에 서있는 것은 관리는 물론 협업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주도해야 하는 기획자다.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구현하는 사람(ex. 개발자, 디자이너)이 보기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을 위한 구체화는 기획자의 몫이다. 


기획자는 여러 팀에서 요구사항을 모아 개발/디자인에 전달하는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일정이나 요구사항을 구체화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고민도 없는 기획은 티가 난다. 그걸 직접 구현해내야 하는 개발자가 보기엔 더 티가 날 것이다.


물론 나도 현업에 종사해본 사람으로서 그 고충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슈는 매일매일 터지고, 그 이슈의 시작은 개발, 디자인, 고객, 상사 등 다양하다. 단순 납품이 아닌 SaaS는 24/7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며, 그건 당연히 그 이슈를 반영하는 와중에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의 대응을 위해서는 잘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쁘다고 머릿속에만 저장하고 정리하면 반드시 빼먹게 된다. 그때 생긴 정리하는 습관은 살림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막상 그 일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대응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멍할 때가 있다. 


바쁜 만큼 번아웃은 쉽게 온다. 나는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는데 하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길 들으면 부아가 치밀 때도 있다. 자잘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보면 티도 안나는 일에 매달리는 시간조차 아깝다. 그렇다고 일하고 있어요 티 내고 싶어서 업무시간 외에 메시지를 보내고 안 해도 되는 문서화를 하는 일은 하지 말자.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슈를 개선하고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쓰자. 일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기획자에게 선택과 집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럴수록 본질이 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획자의 업무, 기획의 본질 말이다.


그러니 고민을 하자. 영감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밖에 나가 보는 풀 한 포기나 길을 지나가는 어린이에게서도 아이디어는 생성된다.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남편에게 했던 서비스 기능에 관한 질문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 어딘가에 쓰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주고 싶은데, 경단녀는 또 슬픔을 삼킨다. 개인 노트에나 적어두고 언젠가 시도할 내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사용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이 땅의 모든 기획자들 힘내십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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