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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Feb 19. 2024

기침의 매운맛

건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요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토요일 아침, 야무지게 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선다. 내과부터 정형외과까지 부지런히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발병한 허리디스크에 이어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감기의 시작은 지지난주 금요일부터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한을 비롯해 바닥에서 머리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두통이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당일 연차를 내고 쉬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꼼짝도 안 하고 먹고 자기를 반복한 것 같다. 그런데 삼 일을 요양하면 좋아질 줄 알았던 감기가 이주일을 넘어가는 지금까지 이어질 줄이야. 몇 주째 지독스러운 감기를 앓다 보니 일이고 돈이고 취미고 뭐고 정말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그나마 처음 삼 일간 이어진 오한과 두통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진짜 복병은 기침. 이주일 넘게 기침이 이어지는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계속되는 기침으로 목이 아픈 게 힘들었다. 정말 목구멍에 상처가 나서 너덜너덜해진 것처럼 목이 따끔거리고 칼칼했다. 딱 코로나 때 처음 겪었던 인후통이었다. 30년 넘게 그렇게 심하게 인후통을 앓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에 버금가는 통증이었기에 당연히 코로나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진단 키트로 아무리 테스트를 해보아도 결과는 음성이었다. 감염 반응이 늦게 오나 싶어 무려 9번이나 코를 쑤셨다. 모두 음성. 목아픔은 심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 강도는 점차 약해졌다.


기침은 달랐다. 침체기도 없고, 여러 개의 기침약을 먹어 보아도 어느 것 하나 소용이 없었다. 기침은 한 번 시작했다 하면 멈추질 않았는데 지하철에서는 하도 기침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회사 생활에도 제약이 걸렸다. 누군가 말을 시켜 대화라도 할라치면 발작 버튼이 눌린 듯 기침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이 모습을 본 회사 사람들은 나에게 최대한 말을 걸지 않았다. 얼마 전, 회의에 참석했다 누군가 내게 간단한 질문을 했는데 대답은커녕 계속 기침만 하는 바람에 다들 몇 분 동안 기침하는 내 모습만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다 중단된 적도 있다.



기침이 빼앗아간 건 목구멍과 일상생활의 평안함 뿐만이 아니었다. 기침 때문에 저녁에 잠 못 드는 날 역시 이어지고 있다. 감기 기운은 늘 저녁이면 심해졌는데, 기침 역시 그랬다. 낮에는 조금 잠잠해졌다가도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기침이 나왔다. 선잠에 들었다가도 기침 때문에 깨게 되니 1~2시간 단위로 깼다 잠들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기침이 심하면 잠을 잘 수 없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기침은 얼마 전 생겨 버린 허리 통증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흔히 디스크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 중 하나가 기침이라고 한다. 무방비로 막닺드리게 되는 통증 때문이다. 기침을 하면 온몸이 들썩거리게 되고 허리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게 되면서 통증이 세게 온다. 기침을 하는 횟수만큼 허리의 아픔도 쌍으로 따라오는 셈이다.


기침과 허리디스크. 암처럼 진짜 큰 병들에 비하면 정말 자잘 자잘하기 그지없는데. 그런 작은 병들만으로 삶의 질이 이렇게나 떨어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인상 깊게 본 이해인 수녀님의 시 <생의 목표>를 필사해 보며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본다.


<생의 목표>

인생의 7할을 넘게 걸어왔고 

앞으로의 삶이

3할도 채 안 남은 지금


내 남은 

생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검버섯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검약한 밥상을 차려 먹겠다.


눈은 어두워져 잘 안보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삶을 살지는 않겠다.


약해진 청력으로 

잘 듣진 못하겠지만

항상 귀를 열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성한 이가 없어 잘 씹지 못하겠지만,

꼭 필요한 때만 입을 열며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겠다.

다리가 아파 잘 못 걸어도

느린 걸음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좋을 것들과

좋은 사람들에게

배운 것을 실천하는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겠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온 "무엇이 되고 싶냐?"

는 질문에 

이제 '건강한

노인'이라고 답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한 사람이

가장 부자요.


건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요.


건강한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며,


건강한 사람이

가장 잘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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