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잠재력 어디까지
'소라는 또 뭐야?'
먹는 소라가 아니다.
텍스트 몇 줄 입력하면 찰떡 같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내는 AI Sora다. 챗GPT의 개발자 Open AI가 얼마 전 공개한 최신형 인공지능 '소라'로 IT업계가 떠들썩하다. 나는 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소라가 만들었다는 영상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새빨간 드레스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여성이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심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마치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파트너와의 어려운 계약을 성공적으로 따내고 자신감 넘치는 아우라를 뽐내며 퇴근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맨 처음 영상을 접했을 때는 이 영상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였다. 영문도 모른 채, '이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이 영상이 단 몇 문장의 텍스트 출력값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입력된 텍스트는 이랬다.
"한 세련된 여성이 따뜻하게 빛나는 네온과 생동감 넘치는 도시 간판으로 가득한 도쿄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그녀는 검은색 가죽 재킷, 긴 빨간색 드레스, 검은색 부츠를 착용하고, 검은색 지갑을 들고 있습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립스틱을 발랐습니다. 그녀는 자신감 있고 자연스럽게 걷습니다. 길은 축축하고 반사되어 화려한 조명이 거울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많은 보행자가 걸어갑니다."
단 몇 초짜리 엉성한 짤이 아니라 1분 남짓의 제대로 된 영상이 간단한 텍스트 요청만으로 떡 하니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미지, 글, 번역에 이어 이젠 영상까지. 오픈 AI가 많은 이들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인간은 그냥 집에 앉아서 원하는 결과물에 대한 '가이드'만 잘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글이나 이미지도 그렇지만 영상은 특히나 공수가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괜찮은 영상 결과물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작업이 필요했던가. 모델 섭외부터 시작해 카메라 감독, 연출자, PD 그리고 편집자 등.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 시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이런 영상마저도 AI가 몇 초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틱톡 등 영상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역시 강세인만큼 활용도 역시 무궁무진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마침 제격인 기술이 나와준 셈이다. 영상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는 분명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영상 종사자들에게도 과연 그럴까.
인공지능의 위협이 하루가 다르게 체감되는 요즘이다. 얼핏 들으니 이제는 제안서와 같은 프레젠테이션까지 AI가 해준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위협당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게 더 쉽겠다 싶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각종 콘텐츠들. 고품질의 세련미가 돋보인다고 해도 여기엔 공통적으로 빠진 게 있다. 바로 진정성과 스토리. 멋들어지게 만들 순 있어도 그걸 만들어낸 제작자의 스토리가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인가. 나에게는 왠지 속 빈 강정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딘지 인간미가 결여된 듯하달까. 양으로는 비용이나 시간 대비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과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