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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Feb 12. 2024

유물템?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유선 이어폰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특히 집이나 회사에서 PC를 이용할 때, 나는 어쩐지 무선보다 유선 이어폰에 더 손이 간다.


무선 이어폰이 이어폰 시장을 평정한 지금. 고리타분한 유선 이어폰을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은 이왕 글을 쓰는 김에 그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일단, 무선 이어폰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는 페어링이다. 기존 이어폰과 달리 무선 이어폰은 블루투스 페어링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해야 한다. 물론 자동으로 될 때도 있지만 인터넷 연결 등 상황에 따라 끊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연결을 보장했던 유선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런 걸 보면, 유선이 좀 투박해도 듬직한 친구였다면 무선은 똑똑하지만 어딘지 좀 까다롭고 예민한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뿐인가. 나처럼 조심성이 없는 사람에게 무선 이어폰은 때로 ‘위협적’이다. 여기서 위협을 당하는 건 다름 아닌 귀 건강이다. 아침 알람 등의 이유로 소리를 최대까지 끌어올릴 때가 많은데, 이걸 망각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그대로 재생버튼을 눌러버리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고막을 찢을 듯 터져 나오는 음악에 깜짝 놀라 이어폰을 떨어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너무 큰 소리에 귀가 잠시 멍멍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갑자기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되면 이명, 청력 손상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하던데. 걱정이다.


하도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이젠 이어폰을 끼면 자연스럽게 볼륨부터 내리고 보는 습관마저 들였다. 그래도 무의식 중에 재생 버튼을 누르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인지 아직도 가끔가다 깜짝깜짝 놀라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압도적인 분실의 빈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무선 이어폰을 잘 쓰다가도 어디다 뒀는지 몰라 찾아 헤매기 일쑤고, 실제로 잃어버리기도 참 많이 잃어버렸다. 쓰고 나면 케이스에 잘 넣어둬야 하는데 항상 바지 주머니나 가방 호주머니에 대충 넣고 마는 게 문제다. 나름 잠깐 동안만 둔다고 그렇게 하는 것인데 높은 확률로 그 사실을 까먹는다. 그리곤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신나게 돌아다니다 뒤늦게 찾아보지만, 이어폰은 벌써 어디론가 떨어졌거나 잃어버린 뒤다. 이렇게 이어폰을 분실하고 또 구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사이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유선 이어폰은 줄이 길어서인지 가방 어딘가에 대충 쑤셔 넣어도 금세 찾을 수 있어 이런 불편함이 없었는데... 잃어버린 횟수로만 따지면 십 년 넘게 써온 유선 이어폰과 고작 몇 년 썼을 뿐인 무선 이어폰이 거의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다.


대충 써봐도 무선 이어폰의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유선 이어폰은 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새 유물템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지원되는 기기마저 줄어드는 상황. 나로서는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 사진출처 : Photo by Aksha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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