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마음을 안고 쿠팡 플레이를 지웠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계정을 로그아웃 했다. 쿠팡 플레이는 언니가 우리 집(친정집) TV에 로그인해 놓은 것이었다.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언니는 듣기로 등급이 꽤나 높다고 했다. 그래서 그 혜택 중 하나로 쿠팡 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 흔한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 서비스를 단 한 개도 구독하고 있지 않은 우리 집. 언니는 자신의 집에서는 넷플릭스, 왓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있다면서 쿠팡 플레이를 깔아놓고 갔다.
나도 그 유명한 넷플릭스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번 구독하고 나니 시간이 남는 족족 넷플릭스만 보고 있더라. 절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고 이건 의지만으로 어쩔 수 없겠다 싶어 아예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구독을 해지한 거였다.
그런 경험이 있던 터라 한동안 쿠팡 플레이도 경계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쿠팡 플레이는 넷플릭스에 비해 꽤나 제한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양에 있어 차이가 있어 보였다. 넷플릭스만 해도 최신 개봉작들이 즐비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 최신작들이 뜨문뜨문 나왔고 그마저도 그닥 유명하지 않은 것들이라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즉 볼만한 작품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훅 빠질 염려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강력한 녀석을 만났다.
다름 아닌 '거침없이 하이킥'.
방영될 때 엄청 재밌게 보았던 시트콤인데 다시 보면 이미 아는 내용이라 조금 덜 재밌을 줄 알았다. 이는 큰 착각이었다. 190개가 넘는 에피소드인데 재회한 에피소드 하나하나들이 다 유쾌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어쩜 하나같이 매력이 넘치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민정&윤호였지만 그 밖에 문희, 순재, 준하, 해미, 민용, 신지 등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이 넘쳤다. 무엇보다 대체로 명랑하고 밝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가볍게 보기에 좋았다. 캐주얼한 내용 덕분에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미국에 <프렌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거침없이 하이킥>인가.
그렇지만 흡입력이 너무 좋은게 탈이었다. OTT 특성상 정주행 할 수 있다 보니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으로 무한반복이 이어졌다. 넋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3~4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야말로 시간 순삭. 내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재밌는 건 좋지만 역시나 허무함이 뒤따랐다.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글쓰기 역시 그중 하나였다. 매일매일 쓰기로 다짐한 글쓰기에 퐁당퐁당 잘도 땜빵이 생겼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몇 번을 고민한 끝에 TV에서 쿠팡플레이를 지우기로 결심했다.
로그아웃을 하고 앱까지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는 로그인을 할 수 없도록 언니에게 계정 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동안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던 거침없이 하이킥과 이별하게 되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다시 만나 즐거웠는데...( •︠ˍ•︡ ) 한동안 문득문득 생각이 나겠지만 잘 참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